[글로벌경제 최형호 기자]

국토교통부 김흥진 주택정책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20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김흥진 주택정책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20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19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예상대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가 조정대상지역에 신규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올 들어 급등세가 확연히 나타났다. 다만 정부는 12·16 대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원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집값이 뛰는 상황이기에 규제지역 지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책의 주 내용은 핀셋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의 대출 규제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실제 이번 대책으로 인해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은 앞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에서 50%로 줄어든다. 또 시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LTV가 30%만 적용된다.

이 떄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전방위적인 규제 보다는 국지적 풍선효과에 따른 핀셋 대응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집값을 안정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경기 남부 집값 또한 당분간 안정세로 접어들며, 집값 폭등을 잠재울 수 있는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만, 이번 대책이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대책 발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수원, 용인, 의왕 등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내놓은 정부의 늑장 대책이라는 얘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조정지역대상) 지역은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가격이 더 올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나와 늦은 감이 크다"며 "집값 상승여력이 남았을 때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집값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지역은 빠졌다”며 “이들지역 마저도 경기 남부 일부 지역처럼 늦게 규제를 가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풍선효과로 인해 시장이 집값이 급등했던 성남, 인천 연수구, 고양 등은 규제의 칼날을 피했다.

정청 협의 과정에서 수출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부동산 규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 총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는 후문이다.

이미 성남은 전역이, 용인은 처인구만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인천 검단 지역과 고양시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정부가 성남, 용인, 인천 등도 규제대상으로 묶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경기 남부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는 보였지만 딱 그 수준에 그쳤다“며 ”예상은 수용성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역으로 격상할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이미 폭등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으로 풍선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화성 동탄, 평택 시흥시, 고양 파주 운정지구, 구리 남양주, 인천 연수구 등 전 방위적으로 집값 상승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집값 안정화 대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규지정지역은 규제 지역 주변으로 중저가주택이 밀집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번 조정지역대상 지역은 단순히 청약 규제를 넘어 규제 범위와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조정대상지역 규제 수위를 1지역으로 일괄 상향하면 입주 때까지 분양권이 전매 금지돼 청약시장이 단기투자보다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와 대출규제 강화로 외지인들의 갭투자 수요가 주춤해지면 수용성 일대 아파트 시장은 일단 숨고르기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2주택 이상 보유시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 세제도 강화되고 청약 가점제 적용도 비규제지역보다 확대된다.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점도 비과세 지역과 다른 점이다.

정부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등 시장 과열 현상이 관측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등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 25개 구와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 세종시 등 31곳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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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rhyma@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