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총선 후 집값 전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과도 같다. 코로나 정국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쉽사리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청약시장은 강세인 반면 기존 주택시장 약세인 '청강주약'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약시장이 강세인 것은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의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받지 않더라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잡아주고 있어 실수요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반면 비규제 지역은 전매제한이나 중도금 대출규제 등에서 자유롭고, 청약규제도 없어 실수요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감정원 청약홈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청약경쟁률은 평균 41.6대 1이었다. 이어 △서울 142.2대1 △경기 31.8대 1 △부산 135.6대1 △대구 101.7대1 △인천 52.6대 1 등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견본주택을 열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은 수도권과 광역시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기존 주택시장은 큰 움직임이 없는 강보합 상태로 보여진다. KB부동산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0.5% 올랐고, 서울은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동안 강남권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광역시는 △부산 0.3% △대구시 0.1% △인천시 0.1% △대전시 0.9% 등으로 큰 상승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총선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 시장은 대부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으로 급매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강남권에 나타나고 있는 급매들은 일시적 2주택자 매물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시장은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 시장을 기점으로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강남권 주택시장이 하락하면 주변 재건축?재개발 시장도 덩달아 가격 조정을 받으면서 전반적인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시장이 하락한 이후에 강북권과 수도권, 지방 등에 가격하락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점이 되는 지역이나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기준이 되는 지역과 맞춰지면서 값이 떨어진다. 집값이 오를 때는 기준이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상승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기점이 되는 지역이나 아파트와 가격이 맞춰지면서 오르게 된다.

한편 청약시장은 한동안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등 주요 규제 지역은 HUG의 통제로 분양가가 조정 받으면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분양권 전매를 적용받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이 공급된다. 이에 청약시장은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꾸준히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규제지역은 총선 후 지역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와 실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특히 서울과 비서울 간 평균 매매가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만큼, 한동안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기존 주택시장은 1~2년 후에 회복된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바로는 주택시장의 체감경기가 꺾이면 회복하는데 5년 이상이 걸린다.

물론 일시적으로 가격 조정을 받은 후 공급이 줄면, 다시 가격이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 여기에 코로나 정국을 벗어난 후에는 경기 부양으로 인해 돈이 시중에 많이 흘러 들어오게 되면, 안전자산인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다는 것도 설득력 있다.

하지만 아파트보다는 토지나 상가, 소형빌딩 등 수익형으로 더욱 몰릴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여러 규제로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남 아파트 가격과 강북권 소형 빌딩의 가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임대수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투자수요를 수익형으로 몰리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주택시장은 여러 악재들로 경기가 어려워 가격상승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 청약시장도 당분간 인기는 지속되겠지만, 기존 아파트값이 계속해 하락장으로 이어지면 분양가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이라면 현재 상황에서 자금여력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값이 점차 하락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분양가와 대출, 미래가치, 브랜드 등을 세심하게 살펴, 청약에 떨어질 확률이 높더라도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철저히 급매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한 곳을 노려보는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