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또다시 칼을 빼 들었다.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칙하에 주택시장 과열요인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주요 정책 내용은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지역 추가 지정 △개발호재 인근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 △갭투자 차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 요건 강화 △ 부동산 법인 등을 통한 투기수요 근절을 위한 대출·세제 강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정비사업 규제 정비 △12.16대책 및 5.6공급대책 후속조치 등 차질 없이 추진 등이다.

이번 대책의 눈 여겨 볼 점은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전입·처분 요건 강화 부분이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전입을 6개월 내에 해야만 한다는 부분이다. 유주택자는 기존주택 처분까지 6개월 내에 마쳐야 한다.

또한 주택구입을 위해 보금자리론을 받는 경우 3개월 내 전입 및 1년 이상 실거주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 위반 시 대출금 회수하도록 했다.

여기에 갭투자 방지를 위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도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추가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즉시 회수하도록 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하인 주택들이 없는 만큼 서울과 경기, 인천의 주요 지역들은 모두 해당한다.

거래를 막아 집값 급등을 막는다는 취지인 듯 싶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보통 사람들의 삶을 이해 못하고 있다. 전월세로 시작해 소형 주택을 마련하고 가족이 생긴 이후 중대형 아파트로 이사가고, 아이가 성장하면, 학군 좋은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중산층의 삶을 말이다.

젊음을 민주화에 바치고, 정권을 잡고서 고액연봉자가 된 삶에서는 모를 수 있는 과정이다.

혹은 정의나 공정함을 위함이든, 버블인 주택 가격을 내리기 위한 선의 목적이든 뭔가 불편해졌다. 특히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안고 집을 사는 구조에서는 매우 이상한 정책으로 보인다.

갚을 능력이 있어도 돈을 빌려 집을 사지 못한다. 돈이 없으면 그냥 그 자리에 머무르거나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 아니면 그냥 매년 수 천 만원씩 오르는 임대료를 감내하며 임대로 머무르거나 말이다.

사회주의 정책이란 말도 안 맞는다. 오히려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독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금은 대출이 필요 없는 막강한 자본의 힘을 지닌 사람이 주요 지역의 주택들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다.

전세대출이 있다면 이젠 서울이나 경기도 저렴한 아파트도 살 수가 없다. 또 돈이 없다면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 나가야 넉넉히 대출을 받아서 내 집 한 칸 마련이 가능하다. 다만 출퇴근 시간을 2시간까지 감내해야 한다.

투기의 차단을 위해 적절한 세금과 제도로 규제가 필요하단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페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막으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이제 수도권 주택시장은 금수저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주요 지역 주택들은 더욱 소수에 의해 관리될 듯하다.

실수요들은 갚을 능력이 있어도 평수도 늘리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 아파트 평수를 늘려 갈아타는 일도, 전세를 살다 집을 사는 일도 원천봉쇄 됐기 때문이다.

소수의 독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수요자들의 유입은 차단하면 안 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 주택마련의 길을 열어놓고, 적절한 세금과 제도의 규제로 단기간 불로소득을 얻는 것만 공공이 거둬들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