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최형호 기자] ①
전세값을 최대 5%까지 인상할 수밖에 없는 임대차3법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 (최형호 기자).
전세값을 최대 5%까지 인상할 수밖에 없는 임대차3법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 (최형호 기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돼가는 가운데,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서울 전세 값은 나날이 폭등하고 있고 이마저도 매물이 감춘 상태다. 전세매물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론도 대두됐다. 설상가상 정부의 통계 시스템 또한 허점이 많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 통계인 가격 인상률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갈수록 늘고 있는 전월세 전환 사례도 현황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호언한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 감소 등 세입자의 거주권 보호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수 증가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보조책 등이 확대 병행돼야 관련 제도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 편집자>

"시세라는 게 있는데…어떤 돌파구라도 마련해주고 법을 시행하던지 해야죠."

"물량이 있겠어요? 있던 물량도 임대차3법 이후 집주인들이 다시 거둬들이고 있어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집주인과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이 푸념석인 성토를 내고 있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헬리오시티는 다가오는 12월이면 전세계약이 대부분 만료되는데, 임대차 3법으로 인해 한달 가까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임대차3법으로 인해 최대 5%까지 전셋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되자, 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이 난감하게 됐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돼 2년 전 계약한 세입자와 재계약 시 현재 전셋값의 절반밖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집주인들이 실거주나 월세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년전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5㎡는 전세시세는 약 4억3426만원에 형성됐다. 현재 시세는 9억5000만원이다. 두 배 넘게 시세가 올랐음에도 임대차3법에 발목잡혀 최대 5%, 즉 4억2000만데에 전세 보증금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에 집주인들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문의를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최대 5% 인상에 대한 답변뿐이다.

전세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자,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헬리오시티의 전세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있던 (전세)매물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체적으로 실거주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면 전세매물은 더욱 품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세물량이 없으면 그만큼 전셋값은 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단 헬리오시티 뿐만 아니라 전세 대란은 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래미안·그라시움, 수원 힐스테이트 광교 등 신축 아파트 임대인들은 모두 헬리오시티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입주 4년차인 고덕래미안(82㎡)은 2017년 9월 전세시세가 5억6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7억~8억원 선으로 올랐다. 기존 임대인은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라 재계약 시 최대 5억8800만원을 받는다. 수원 힐스테이트(97㎡)도 2018년 5억원 선이던 전세가가 지난 7월에는 8억원 선까지 올랐지만, 기존 임대인은 5억2500만원 선에 전세를 놔야 한다.

이 단지 중 계약이 만료돼 나가달라는 계약서를 다시 쓰자는 집주인과 버티는 세입자 간의 실랑이로 인해 갈등도 극에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나가겠다고 했던 한 세입자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자 이미 쓴 계약서를 파기하면서까지 다시 계약서를 쓰자고 버티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집주인과 새로운 새 전세입자가 집을 보러가도 기존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며 "전화까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를 가겠다고 한 마당에 계속해서 이런 몽니를 부리면 집주인 입장에선 괘심하고 난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며 "집 내부까지 다 들여다보고 하자가 있으면 모두 청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했다.

계약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 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미덕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내몰린 것이다. 서로 상황에 맞춰가며 합의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문제도 이제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해 계약에 대한 모든 것을 법으로 하겠다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암묵적 합의도 이뤄진 상태다. 선의로 상대방의 편의를 봐줬다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서울 광진구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주인과 세입자간 서로 편의도 봐주고 집에 대한 하자보수 발생 시에 오히려 집주인이 마음을 졸였다"면서도 "이제는 집에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집주인이 많아졌다. 결국은 세입자에게 떠넘기려는 집주인들의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임대차3법 취지는 약자인 임차인보호에 있지만 고가주택 임차인까지 과잉보호하면 임대인의 불이익은 반드시 임차인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임차인 보호는 정부가 서민주택 보급을 통해 해결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형호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rhyma@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