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최형호 기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돼가는 가운데,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서울 전세 값은 나날이 폭등하고 있고 이마저도 매물이 감춘 상태다. 전세매물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론도 대두됐다. 설상가상 정부의 통계 시스템 또한 허점이 많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 통계인 가격 인상률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갈수록 늘고 있는 전월세 전환 사례도 현황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호언한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 감소 등 세입자의 거주권 보호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분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수 증가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보조책 등이 확대 병행돼야 관련 제도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 편집자>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자체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라 임대차 갱신 시 지자체별 상한요율 설정에 있어 혼선을 빚거나 임대인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일대 부동산 시장. (글로벌경제신문 DB)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자체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라 임대차 갱신 시 지자체별 상한요율 설정에 있어 혼선을 빚거나 임대인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일대 부동산 시장. (글로벌경제신문 DB)

정부는 1989년 임대차 보장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이후, 31년 만에 최대 4년으로 확대하는 임대차 3법을 지난달 국회 통과시켰다.

정부가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 감소 등 세입자의 정주 안정성(거주권 보호)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방침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임대차3법을 두고 정부의 초강력 대책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과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 영향으로 60주 연속 상승했다. 매물 부족 현상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임대차 3법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 하위 40%에 속하는 전세 가격이 상위 20%에 해당하는 아파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또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서울시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졌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를 유지하느니 약간의 보증금을 받고 반전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인해 집주인과 기존 임차인과의 갈등도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임대차 3법은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자체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월세 신고제는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라 임대차 갱신 시 지자체별 상한요율 설정에 있어 혼선을 빚거나 임대인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갈수록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7·10대책에 따라 4년 단기임대 및 아파트 8년 장기일반 매입임대 사업자 제도가 폐지된 것이 그 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부의 이번 폐지는 자율성과 수익률이 악화될 우려를 간과하지 않았다"며 "주택임대사업의 축소가 전·월세 주택의 공급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서울 등 도심 일부지역은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다시 불안해지거나, 세입자를 가려 받는 렌트컨트롤(rent control), 아예 빈집 등 공가로 비워 두는 현상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입신고 후 절세목적이나 매각목적에서 아예 전세를 받지 않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년 다주택자의 종부세 요율 인상 예고와 절세의 합법적 우회로였던 주택 매입임대사업자 제도의 축소 본격화가 임대인의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이면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태다.

함 랩장은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핫 마켓과 달리 공급과잉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는 콜드 마켓에서는 임대료 상한제와 재계약 갱신권의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임대차3법 통과는 시장의 국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 임대기간이나 임대료의 직접적 규제책 외에도 다양한 정책 활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민간임대의 재고량 축소 우려에 대응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바우처 같은 임대주택 보조책 등이 확대 병행돼야 관련 제도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량도 대책에서 발표한 것처럼 최대한 늘릴 필요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도심 내 신축아파트 유통매물 부족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권 전매규제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장기화됨에 따라 수도권 3기 신도시와 도심 속 유휴부지,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확대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8.4부동산 대책에서 서울에 13만2000가구 공급을 발표했지만 지켜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서울시와의 불협화음,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선정 과정에서 과천시가 반발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 문제를 두고 아직까지도 불협화음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인에 대한 제도균형과 집주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의 법 소급적용이 필요하다"며 "세입자 퇴거 및 재계약 거부사유. 예를 들면 임대료 미지급, 임대인 실입주, 임대차 계약 위반행위, 임대인의 미 승락, 재건축·철거·일부 멸실 사유 등의 사유를 좀 더 세분화해 제도변화 수용성에 맞는 경과규정에 관한 법을 소급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최형호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rhyma@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