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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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국내 산업 정책에도 일정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는 등 큰 변화는 없겠지만 환경·노동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반도체 '중국 규제 지속', 철강 '최악 면해도 불안'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는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도 국익을 중심에 둔 대전략(grand strategy)을 앞세워 중국과의 갈등 구조를 이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규제는 국내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계에 일부 반사이익을 제공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위협이 돼온 '중국의 기술 굴기'를 미국이 대신 억눌러준 형국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를 강령으로 내세워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5G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일부 국내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끈끈한 친분을 바탕으로 미국 반도체 및 IT기업 육성과 보호정책을 강화할 경우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세 등 증세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중심, 탈중국화 등의 정책에 맞춰 전방위적인 산업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이어갈 공산이 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이든 후보도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삼으면서 철강 관련 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비관세장벽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자동차·석유화학은 환경·노동정책 부담…전기차 배터리 등은 호재

자동차 업계는 바이든 후보가 대선 토론에서 종래의 석유 자원 의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등 환경 문제를 강조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전체적인 환경 규제 강화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부문 강조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도구로 전용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권보다 더 강화된 보호무역 태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가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 보호법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어 현지 공장 운영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분야의 통상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후보가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환경·노동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의 업종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후보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탄소조정세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 경우 당장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내 석유화학·철강 업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탄소를 빌미로 관세를 물게 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추가 설비 투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의 친환경 정책은 전기·수소차 시장의 확장과 함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내 GM과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조달을 위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있거나 짓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바이든 후보가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기업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이후 친환경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탄소 배출권 등 환경 정책과 관련해 통상환경을 점검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며 "미국 진출 기업과 수출 기업들의 고용인력과 처우 등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