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에 유통·항공·레저 등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콘텐츠 업종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미국 현지시간)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해온 코로나 백신이 4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90% 이상의 예방율을 보였다고 실험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더불어 회사 측은 중대한 안전 우려도 보고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90% 수준의 백신 예방율은 최고 수준 예방율을 가진 홍역 백신(93%)과 비슷한 수준의 백신이다. 가장 흔한 독감 백신의 경우 예방율이 40~60%에 불과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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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항공·여행·레저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은 이날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여행 업종의 경우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10% 이상 오름세를 기록했다. 노랑풍선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19% 이상 올랐고,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도 각 13.8%, 13.7%, 12.4%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업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공주 역시 크게 올랐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각각 14.1%, 11.7%씩 올랐다. 진에어(12.6%), 제주항공(11.8%), 티웨이항공(15.2%)도 줄줄이 급등했다.

항공업종이 뜨면서 정유 업종도 덩달아 상승했다.

S-Oil(8.64%), S-Oil우(5.30%), SK이노베이션(3.50%)을 기록했다.

유통, 영화, 레저 업종 또한 대부분 상승세로 개장을 맞이했다.

CJ CGV가 전날보다 8.43%, 쇼박스 5.78%, NEW 3.01%, 바른손 1.03% 등이 올랐고, 빅히트(2.76%), 와이지엔터테인먼트(2.21%), 에스엠(2.45%), JYP Ent.(2.84%) 등 엔터주도 강세다.

파라다이스(9.20%), CJ CGV(8.92%), 제이콘텐트리(6.79%), 호텔신라(6.34%), 쇼박스(5.96%), 신세계(5.56%) 등도 크게 올랐다.

업계는 이 같은 상승세의 원인으로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반사이익을 누린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업체들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각각 4.1%, 3.6%씩 내린 상태로 개장을 맞이했다.

알서포트(-8.16%), NHN한국사이버결제(-5.65%), 디앤씨미디어(-5.25%), 지어소프트(-4.70%), YBM넷(-4.37%) 등 다른 비대면주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진단키트와 백신 등 대표 코로나19 수혜 업종인 제약·바이오주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랩노지믹스는 7.5% 내렸고, 제넥신도 7% 이상 내렸다. 이 외에 씨젠(-6.3%), 피씨엘(-4.6%) 등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백신 개발로 금융시장의 지형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 개발 이전까지 언택트 관련주가 주목받았다면, 백신 개발 이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컨택트 관련주가 주목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휘발유 등 연료유 수요의 절벽이 발생했다"며 "백신 개발로 인한 이동량의 증가는 연료유 수요를 회복시키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정제설비 가동률은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백신 소식은 기업부도 위험을 낮추고 자율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인다"며 "백신 개발로 자율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해진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에너지와 금융 업종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소비가 되살아나게 될 것인데 개인소비에서 컨택트 소비의 비중이 언택트 소비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이끌 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코로나19 검사 역량 확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백신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에도 서비스 업황 회복 기대가 가시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우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