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승부를 거는 은행들
핀테크선점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
은행들이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핀테크 스타트업체라면 전략적 제휴는커녕, 아예 대출 심사 기업 명단에 조차 올리기를 꺼렸다.

그러던 것이 이제 유망 핀테크 업체로 소문이 나면 경쟁 은행들에 뒤질세라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자금지원은 물론 경영 멘토링까지 무료로 해주면서 이들을 품에 안으려 한다.
핀테크 산업이 미래 금융의 유망주로 떠오르며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을 미리 우군으로 확보해두기 위한 행보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일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KEB하나은행이 핀테크 전담 부서나 사업팀을 신설, 운영에 들어갔다.
이들은 핀테크 공모전, 기업 컨설팅, 운영체제 공유 등 다양한 핀테크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핀테크 시장의 특징은 IT를 기반으로 설립된 핀테크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핀테크 선두국가인 영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을 기반으로 설립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IT 기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금융 서비스에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다.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 같은 간극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에 대해 기술로 접근하느냐 금융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기존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체들 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적절히 조합해 고객 접점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핀테크 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 중에는 아이디어나 스토리는 좋은데 금융사에서 요구하는 안전성에 못 미치는 것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핀테크 산업 지원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 은행 혁신성평가에 '핀테크' 항목을 신설하며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은행에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바꿨다.
▲ [SKC&C 핀테크 뱅크 플랫폼]

<신한금융>
신한금융그룹은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 랩(Future’s Lab)'을 통한 멘토링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 퓨처스랩을 지난 5월 공식 출범하고, 디모, 브랜덤, 페이민트, 리얼아이댄피티, 스트리미, 스마트포캐스트, 블록코 등 유망 스타트업 7개사를 1기로 선정했다. 개인간(P2P) 대출, 블록체인, 보안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업체들이다.
퓨처스랩 구성에 앞서 글로벌 핀테크 컨설팅 경험을 갖춘 액센츄어를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 육성전문기업인 퓨처플레이, 데모데이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금융사가 판단한 핀테크 육성프로그램보다는 핀테크 기업의 입장에서 설계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사무공간, 테스트지원, IT협업을 위한 각종 데이터 및 기기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지난 달 19일에는 1기 기업들에 대해 12주간의 멘토링을 마치고 '신한 퓨처스랩 데모데이'를 열고 국내외 금융기관 및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에게 7개 선정 기업들과의 협업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투자제의를 받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임승빈 퓨처스랩 운영팀장은 "1기 기업들과는 계속지원협약식을 맺어 지속적으로 신한금융이 투자에 대한 부분을 조율하고 있으며, 12월 중으로 퓨처스랩 2기 업체들을 모집하는 등 2기, 3기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14년 핀테크 투자액 추이

현재 인터넷뱅킹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KB금융지주는 모바일을 포함한 IT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핀테크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우수 기업들을 발굴하는 'KB핀테크허브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프로젝트 및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KB 스타터스 밸리(Starters Valley)'다.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하고 계열사들의 핀테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핀테크 스타트업 집중육성 프로젝트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두루 갖춘 스타트업체들을 발굴해 입주공간 및 투자연계, 멘토링, 제휴 사업 추진 등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KB 스타터스 밸리 연구공간의 첫 입주사로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개발업체인 지오라인과 개인주차공유 플랫폼 기업인 이노온 등 2개사가 선정됐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거쳐 'KB핀테크 데이'를 개최하며 스마트 인증분야, 생체인증 기술 등에 대해 기술 시연을 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이밖에도 지난 9월 블록체인기술 기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했으며, 코인플러그의 기술을 통해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리-비트코인 전환 서비스'도 선보였다.
10월 초에는 서울특별시와 빅데이터의 공익적 활용과 시정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정기 조직개편에서 'ICT 기반의 혁신적 금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사업부를 신설하고 25명의 직원을 배치하는 등 초기부터 핀테크 진출에 공을 들였다.
'우리 핀테크 늘품터', '우리 핀테크 나눔터' 등은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례다. 핀테크 늘품터는 은행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이 접촉할 수 있는 대표 채널로, 1대 1 컨설팅을 통한 사업화 지원, 외부기관 연계 컨설팅, 핀테크 사업 아이템 경연 및 세미나 모임 개최 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늘품터에서 발굴한 사업을 은행의 서비스로 도입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대출·투자 등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은행 각 부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설치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핀테크나눔터'에서는 핀테크 창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을 무상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공모를 통해 지난달 빅데이터, 클라우드펀딩 등의 핀테크 예비 창업자 6명을 선발하고 사무공간 지원 및 사업화를 위한 멘토링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한 개라도 성공사례를 우선 만들어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 국민은행 KB비즈 스토어 플랫폼

NH농협은행은 '금융오픈플랫폼(NH Open Platform)' 운영으로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소스를 핀테크 기업과 공유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농협은행 내 사업화 하는 데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12월에는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이 정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현재 외화송금업체 머니택·WING, 간편결제업체 인스타페이, 간편송금업체 비바리퍼블리카, 크라우드펀딩업체 페이게이트 등 20개 기업이 오픈플랫폼 모델링 기업으로 선정돼 오픈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핀테크 등 벤처기업에 직접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지난 달 26일 SK그룹과 이에 대한 '드림벤처스타 2기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창조센터와 SK가 공동으로 우수기술 창업기업을 발굴해 이들에 대한 인큐베이팅 및 사업 연계를 지원하고, 하나금융그룹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창업·벤처기업에 대해 간접투자 방식 지원이 아닌 직접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IBK금융그룹 핀테크 드림(DREAM)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업추진이 필요한 경우 관련부서와 자회사를 연결해 주는 종합 지원창구로, 지금까지 33개 핀테크 기업들이 핀테크지원센터를 이용했다. 우수한 핀테크 기업과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IBK 핀테크 드림 공모전'도 진행했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페이나우, 비바리퍼블리카, 웹케시 등 핀테크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