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게임산업의 주요 키워드는 ‘성장’과 ‘변화’로 표현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여파 속에서도 게임산업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효과적인 여가 활동으로 게임이 급부상한 것이 그 이유다. 인식의 변화는 곧 산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국내 게임산업은 주류로 평가받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대표 PC 온라인 타이틀을 모바일로 이식, 흥행에 성공하며 지적재산권(IP)의 힘을 재차 증명하는 한 해였다.

새로운 청사진도 그려냈다. 콘솔 시장 진출 확대, 게임법 개정안, 판호 발급 등의 이슈에서 미래를 위한 성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게임산업의 주요 이슈들을 점검해보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조망했다.

사진 출처=컴투스
사진 출처=컴투스

■드디어 빗장 연 중국, 외자 판호 발급

지난 2일 중국이 이례적으로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版號)를 발급했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주인공이다. 무려 3년 10개월만에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은 앞서 사드 배치 문제 등 외교 문제를 거론하면서 2017년부터 자국 내 한국 게임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획득한 판호가 한한령 이전인 2016년임을 감안하면 한국 게임은 2017년 이후부터는 단 한 건도 중국으로부터 허가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이번 판호 발급이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여건을 쉽사리 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기존 완강한 노선을  쉽게 바꾸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내 한국 게임 판호 보유량도 매년 줄어들고 있어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게임은 185건의 판호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올해 총 28건으로 9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사진 출처=엔씨소프트
사진 출처=엔씨소프트

■대세는 ‘MMORPG’··· 인기 IP 효과 ‘톡톡’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 부문에서 주력 타이틀 간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모두 대세로 평가받는 MMORPG에 사활을 걸었다. 

이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곳은 엔씨소프트다. 리니지 형제(리니지M, 리니지2M)의 힘으로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1조8548억원, 영업이익은 66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9%, 97.8% 급등한 것. 모바일 매출 순위에선 리니지M, 리니지2M 형제가 오랫동안 1, 2위 자리를 수성하며 괴력을 과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차기작도 MMORPG로 승부를 건다. 내년에 출시되는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이 그 대상이다. 이미 PC 버전에서 인지도가 있는 IP 인만큼 모바일로도 성과가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MMORPG ‘V4’의 장기 흥행에 힘입어 실적 상승을 대부분 이끌었다. V4는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해왔다는 점과 ‘2020년 게임 대상’을 포함한 4관왕에 오르며 겹경사를 이뤘다. 

또 고전 PC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이식한 ‘바람의 나라:연’을 7월에 출시하며 MMORPG로 연달아 흥행에 성공,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넷마블 역시 MMORPG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IP 제휴에선 수집형 RPG인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을 제외하고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모두 MMORPG 장르에서 성공을 거뒀다.

자체 IP 타이틀에 대한 성적도 눈길을 끈다. ‘A3: 스틸얼라이브’은 배틀로얄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고, 최근 출시된 ‘세븐나이츠2’가 국내 매출 3위를 기록하는 등 호성적을 거두면서 실적 상승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진 출처=천선우 기자
사진 출처=천선우 기자

■위기를 기회로··· 넥슨, 시가총액 30조원 '우뚝'

넥슨은 올해 3N 중 가장 극적인 결과를 냈다. 회사 매각, 신규 프로젝트 중단 등 불편한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와중에도 모바일 게임에서 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실적을 보면 3분기 연결 매출액이 8873억원, 영업이익 30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 52%, 영업이익 13% 오른 호실적이다. 최근에는 시가총액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서면서 규모의 성장도 이뤘다. 이 기세대로라면 업계 최초로 연 매출 3조원 돌파도 유력한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 신작에서 연이은 성과를 낸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넥슨은 그간 피파온라인3,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에 힘입어 PC 온라인 게임 점유율에선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왔으나 모바일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왔다.

최근 풍경은 사뭇 다르다. 현재 구글 앱스토어에서 넥슨의 게임은 모바일 매출 순위 10위권 중 3개나 된다. 5월 출시한 캐쥬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5위)’, MMORPG 장르 두 개  ‘V4(6위)’ 와 ‘바람의 나라:연(8위)’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출시한 ‘V4’의 활약이 눈부시다. 2020 게임 대상 수상과 함께 장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다수 실적 견인을 이끌었다.

내년엔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잠정 발매 연기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출시될 예정이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커츠펠' 등 다양한 신작들의 등장이 예고돼 있다.

사진  출처=지스타 조직위원회
사진  출처=지스타 조직위원회

■게임쇼 최초 온라인 개최··· 콘텐츠 구성 숙제로 남아 

코로나19로 대다수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세계 최대 게임쇼도 예외는 아니였다. 가장 규모가 큰 ‘E3’는 6월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릴 것으로 예정되었으나 오프라인을 포함한 온라인 모두 행사 취소라는 강수를 뒀다.

도쿄 게임쇼는 온라인 개최로 전환 유치했으나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유튜브 온라인 스트리밍을 공개됐으나 이번엔 서버 문제로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아울러 관심을 모았던 신작에 대한 정보와 PS5, 엑스박스 등 차세대 콘솔 기종에 대한 언급이 없어 구성이 빈약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유럽 최대 게임쇼인 ‘게임스컴’은 온라인 개최로 호평을 받았다. 총 38종의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고 동시 시청자 수는 200만명을 넘었다. 연계 행사 ‘데브컴’에는 1000여개의 기업이 참가해 3200여건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되는 등 활발한 성과들이 이어졌다.

국내 게임쇼인 지스타 역시 처음으로 온라인 개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생방송 시청수 144만회, 총 시청자수 85만명을 기록했다. 작년 방문자 수가 24만명을 감안하면 규모면에서 3.5배 늘어난 것. 그러나 성과와는 별개로 내실 있는 콘텐츠 구성이 필요하다는 유저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관계로 주최 측의 홍보가 늦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참여사가 적었던 만큼 기존 행사 때보다 신작 정보 및 이벤트가 부족했다는 비판과 함께 현장 이슈를 확인할 만한 생방송 콘텐츠 부재도 문제로 떠올랐다.

■WHO, 질병으로 분류한 ‘게임’ 권장하는 촌극 벌어져  

‘게임’을 향한 WHO의 강경한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해 3월 WHO는 18개 게임사와 게임을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플레이어파트투게더' 캠페인을 발표한 것. 이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던 WHO의 기존 입장과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WHO는 지난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6C51’이라는 질병코드로 분류한 바 있다. 게임 이용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 등에 따라 게임 과몰입의 판정 기준에 반영한 것이다. 통제 불능의 상태로 12개월 간 과몰입 상태가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는 것. 게임 업계는 이를 두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현재까지 WHO는 ‘게임=질병’의 재논의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게임이 자가격리의 효과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게임이 네트워크 특성. 상호작용 등 실시간 서비스에서 강점을 지닌 만큼 사회화의 기능을 수행할 몇 안되는 대체재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번 캠페인에는 글로벌 유수의 게임 기업들이 참가해 뜻을 모았다. 블라자드 액티비전,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온라인 게임사를 필두로 카밤, 스냅 게임즈, 잼시티 등 유럽·북미 등지에서 흥행에 성공한 모바일 게임사 등 총 18개사로 구성됐다.

게임사들은 보상 및 이벤트를 대폭 강화하고 소셜미디어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을 확대해 유저 참여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게임 엔진 업체 유니티와 트위치, 유튜브, 아마존 등 스트리밍·네트워크 플랫폼 등 전방위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사진 출처=닌텐도
사진 출처=닌텐도

■일본 불매운동도 빗겨간 동물의 숲 열풍

올해의 게임을 뽑자면 닌텐도 ‘동물의 숲’을 빼놓을 수 없다. 출시 열흘 만에 전세계 1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올 한해 3000만장 가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발매 시기가 3월로 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된 시점과 맞물려 있던 만큼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폭발적인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게임 구매를 위해 3000명이 넘는 인파가 아침 일찍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또 온라인에서는 정가보다 두배나 비싼 금액대에서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등 일대의 신드롬이 형성됐다. 

이번에 출시된 동물의 숲은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주인공은 무인도에 이주해 물품 제작·수렵 등 마을을 경영하는 플레이가 핵심이다. 현실시간이 반영된다는 점과 유저 간 실시간 플레이 및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 방대한 콘텐츠가 특징이다.

사진 출처=천선우 기자
사진 출처=천선우 기자

■게임법 전부 개정안 추진··· 업계는 ‘규제’ 우려

게임 산업에 관한 법률이 14년 만에 새로운 명칭으로 거듭난다. 정부가 지난 2월 기존 게임 진흥법을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개정안 내용을 공표하면서부터다. 반면 게임 업계는 규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문체부가 공개한 게임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사용해왔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사업법'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외에도 '게임물'을 '게임'으로 변경하고 '사행성 게임', '중독', '도박' 등 부정적 용어를 삭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게임 산업의 부정적 인식 개선을 통해 역기능을 예방하고 순기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용자 보호 및 의무 규정도 신설 및 강화하기로 했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 등 표시의무를 보완하고, 불법 광고에 대한 규제 근거 마련, 게임의 사행적 이용 금지 규정, 자율적 분쟁조정제도를 신설한다. 게임 특수성을 고려한 자율규제 등 일부 제도의 보완도 준비하기로 했다.

화제를 모았던 조항은 이용자 보호 규정 신설과 확률형 아이템 표시 보완 등에서다. 이는 게임 업계에게 자율 규제 형태로 맡겨왔던 부분이다.  문제는 확률표 공개 방식이 업계마다 제각각 달라 유저들이 혼선을 겪어왔다는 것과 지나치게 낮은 확률 등 과금유도로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일자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돼 왔다.

반대로 게임업계는 이용자 보호 조항과 확률형 아이템 등을 새로 손보는 것이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이용자 보호 의지는 이해하지만,  새로운 규정 삽입으로 인해 게임사 약관을 수정하게 되면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해칠뿐만 아니라 운영상의 제약을 준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