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 거시경제 및 금융경제 학자인 다니엘 슈텔터는 최근 저서 '코로노믹스'를 통해 "침체로 향하던 허약한 글로벌경제에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날렸고, 그로인해 새로운 경제정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가 더 큰 변화를 불러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전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특히 경제산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하며 경제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멈춰 세우는 위기를 불러왔지만 역설적으로 경제산업 질서를 재편하며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는 셈이다. 

다니엘 슈텔터의 코로노믹스는 코로나(Corona)와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다. 지난 역사에서 바이러스가 새로운 산업형태를 낳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신 경제질서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감이 포함한 신조어다. 

'글로벌경제신문'은 신축년 신년 기획으로 '코로노믹스-新 경제질서 앞당긴다'를 연재한다. 신년기획은 상ㆍ중ㆍ하 3편으로 구성되며 미래 경제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3가지 화두 '인공지능' '공유경제' '그린경제'를 각각 다룬다. 편집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유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빠르게 확산 중인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공유경제의 본질인 '나눠 쓰는 것'과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여러 공유경제 업체들은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사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빠른 확산세 보이던 공유경제, 코로나 장벽에 막혀

그러나 공유경제가 아직 완전히 무너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오프라인에서는 공유경제가 주춤해도 온라인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공유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 소유 근간이 흔들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차량, 집, 사무실 등 실물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어비앤비(Airbnb, 숙박 중개 플랫폼), 우버(Uber, 승차 공유 플랫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등장은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놨다. '유럽 등에서 한 달 살기' 등의 장기 휴가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에어비앤비의 등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신생 기업들에게는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조직과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의 공유 오피스가 한줄기 빛과 같았다.

이처럼 조만간 기존 산업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던 공유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로에 섰다. 갑자기 찾아온 전염병 사태가 그야말로 공유경제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우버는 코로나19 발생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폭락했다. 이에 전체 직원의 4분의 1가량을 해고하기로 했다. 우버에 앞서 동종업계 2위인 리프트도 982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한편, 직원 288명에 대해 무급휴직 및 급여 삭감에 나섰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Joseph Chesky) 에어비앤비 CEO는 “올해 매출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며, 전 세계 7500명 직원 중 1900여 명을 정리 해고할 것”이라는 내부 레터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들 이외에도 대다수의 공유경제 기업들은 사정이 비슷하다.

2013년 15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3350억 달러로 연평균 177% 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공유경제 시장 성장 전망치도 코로나19로 불투명해졌다. 

공유경제의 어려움은 사용자 수요의 급감이 유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국가는 셧다운을 발효시켰고 △사람들은 여행과 외출을 자제했으며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꺼리는 과정에서 '공유'라는 어떤 물건이나 공간을 나눠 쓰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공유경제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주택과 사무실,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것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전염병 예방 기본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조심하기 위해 바뀐 생활 방식(마스크 착용·거리두기 등)이 1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우리 삶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노베이션 바이옴' 저자이자 마케팅 회사 브리지인사이트의 창업자 쿠마르 메타는 포브스 기고에서 “코로나19 이후 공유경제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뉴 공유경제' 활성화 될 것

그러나 이 위기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다소 주춤할지라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공유경제 모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유경제는 단순히 물리적 자원의 공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공유경제는 분명히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디지털 기술이나 플랫폼에 기반을 둔 공유경제는 오히려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준연 박사 또한 “무접촉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우버의 승차공유 이용률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전체 직원의 25% 줄였지만, 반면에 음식주문 서비스 우버이츠 이용자는 전년 대비 52% 증가하고 있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공유경제가 구독경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구독경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손꼽힌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생필품, 식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을 정해진 기간에 배송받는 서비스들은 현재 크게 활성화돼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형태의 소비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향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