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응모해 영예의 전체 대상을 차지한 전금례씨.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응모해 영예의 전체 대상을 차지한 전금례씨.

 

물푸레나무 서식(書式)

소설(小雪) 전날부터 나리는 빗줄기를 내 안에 들여놓는다 빗물은 빈자리를 적시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줄기를 뻗는 거라 생각해 본다 불안을 빨아들이니 슬픔이 되었다가 나의 웅덩이 안에서 가지를 뻗고 있다 물푸레나무가 동사무소 담장 위에서 명부(名簿)를 적는다 또박또박 11월의 부재를 기입하고 있다 빗줄기는 금세 여울물이 되어 나의 감각에서 역류해온다 당신이라는 생장점이 내게서 범람하는 것은 매번 기억의 수위 때문이다 잊어야 한다고 잊고 살아야 한다고, 물살이 거세질수록 나는 맨홀의 눈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훌쩍이는 비가 창문을 두드려도, 유리창에 비친 나조차 가물가물해져도 이미 어둠에 뿌리내렸으니, 물푸레나무 한그루가 나를 드나드는 것이다 이름 석 자 대신 빈 가지를 머금은 그늘을 이제는 이해해야 한다 당신이 지워진 자리를 맴돌다 물처럼 다시 여기에 고인다 20201122, 소설의 첫 단락이 시작되고 있다.

 

[전금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수료, 경기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