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김병화씨.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김병화씨.

 

저승꽃

 

벚꽃잎이 하르르하르르 꽃비로 흩날린다

4월에 내리는 눈꽃송이들일까

관광버스 대절한 보람 상인회

오색옷 입고 벚꽃 구경 가는데

김씨 할아버지는 오늘도 폐지를 줍는다

팔자 좋은 양반들, 때마다 꽃구경은 잘도 가니더

속으로 궁시렁거려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름진 얼굴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저승꽃은

오늘도 손수레 끌고 적막한 시장을 몇 바퀴째 돈다

몸보다 큰 폐지를 연골 닳도록 꾹꾹 누르고

어젯밤 마누라 도망갔다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던

채소가게 박 씨의 소주병 몇 개도 싣고

바짓단 줄이니더임씨 할머니 수선집 앞에 쌓아둔

천 쪼가리도 차곡차곡 싣는다

으라차차,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고물상으로 씩씩하게 향하는 김씨 할아버지

벚꽃잎은 떨어져도 내사 아직 힘이 있다카이

굵은 소금땀 흘리는 김씨 할아버지

아까부터 남쪽에서 불어온 벚꽃향이

자꾸만 흰 머리를 쓰다듬는다

저승꽃이 꽃잎처럼 웃으며 언덕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