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한 정연숙씨.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한 정연숙씨.

 

춘분 무렵

 

낮과 밤도 키가 있다

 

낮의 키가 한 뼘 정도 길어지면

황학산의 고로쇠나무들은

일제히 나뭇잎 쪽으로 물을 퍼올린다

 

해발 칠백 미터 황학산 능선 따라

고로쇠나무 가슴에 온통 주렁주렁 달린

수액줄기를 보면

예전 그 어느 병원이 생각난다

 

아직 매서운 입춘 바람

온몸으로 막아

우수의 찬 비 고스란히 받아내어

나무마다 헌혈주머니 하나씩 매달고 있다

 

뒤뚱 기울어져 걷는 안노인

구멍 숭숭 뚫린 뼈라도 좋아졌으면 좋으련만

양팔 쭉 뻗어 오체투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