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무렵
낮과 밤도 키가 있다
낮의 키가 한 뼘 정도 길어지면
황학산의 고로쇠나무들은
일제히 나뭇잎 쪽으로 물을 퍼올린다
해발 칠백 미터 황학산 능선 따라
고로쇠나무 가슴에 온통 주렁주렁 달린
수액줄기를 보면
예전 그 어느 병원이 생각난다
아직 매서운 입춘 바람
온몸으로 막아
우수의 찬 비 고스란히 받아내어
나무마다 헌혈주머니 하나씩 매달고 있다
뒤뚱 기울어져 걷는 안노인
구멍 숭숭 뚫린 뼈라도 좋아졌으면 좋으련만
양팔 쭉 뻗어 오체투지 중이다
정병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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