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매입을 시작으로 폭증하던 비트코인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미 경제 수장들의 잇따른 우려와 당국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을 시사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며 결제 수단이 될 수 없고, 극도로 변동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잠재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뜻이 이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 급등"이라며 "암호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각 국 경제 주체들이 비트코인 광풍을 투기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 지나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실제로 경제 수장들의 이 같은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23일 오전 7시 기준으로 6300만원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오후 5시께에는 51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현재(24일 11시 기준)는 5700만원 대를 회복하며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韓·美, 자금 세탁 등 불법 거래 우려에 가상자산 규제 속도↑

암호화폐 규제에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인도다. 인도 정부는 1일 공고를 통해 이번 회기에 '민영 암호화폐 금지법'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이더리움 등 모든 민간 암호화폐는 인도에서 통용이 전면 금지된다. 앞서 인도 정부는 돈세탁 등 불법거래를 우려해 지속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반감을 보여왔다.

미국도 인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규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찬가지로 자금세탁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재닛 장관은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불법 거래를 축소하고 돈세탁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음 달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암호화폐를 감시·감독할 전담 부서를 운용한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그간 자금세탁과 관련해 은행을 통해서만 자금 흐름을 감시해왔지만, 이제 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게 된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신원 확인과 함께 1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가 있을 시에는 FIU에 별도의 보고도 해야한다. 

한국은행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투자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과 관련한 입법 조치를 이미 하거나 준비 중이며 앞으로 관련 규제 체계는 계속 보완 또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글로벌 기업들, 향후 비트코인 투자에 '부정적' 입장 견지

한편 테슬라가 일으킨 파도로 시작해 비트코인은 사상 첫 5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역사를 쓰고 있지만, 향후 기업 및 기관들의 참여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 탓이다.

비트코인은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2만9000달러 선에 거래됐지만, 16일 기준 5만달러를 넘어서며 1년 사이 상승 폭이 73%에 달했다. 23일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4만8069달러를 기록하며 전날 대비 11.51% 폭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월 기준 77명의(CFO 50명) 재무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84%가 비트코인을 기업자산으로 보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재정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답했다. 다른 이유로는 이사회 위험 회피, 승인-지불 방식의 느린 구조, 규제 문제, 암호화폐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을 꼽았다. 

가트너의 연구 책임자인 알렉산더 밴트는 "지난 5년 동안 암호화폐에서 나타난 종류의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것은 극히 어려울 것이다"며 "비트코인을 기업자산으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과제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채택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