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수필 부문에 당선된 최미옥씨. 사진=양윤모 기자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수필 부문에 당선된 최미옥씨. 사진=양윤모 기자

 

도봉산의 삼각 봉우리가 훤히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데 산이 눈앞에 있고 그 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우이천이 길게 뻗어 있네요.

철학자 칸트는 일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이곳으로 이사온 후 저는 칸트 선생의 흉내를 내느라 일정한 시간의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동네 뒷산도 좋았고 세 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드는 천변길도 좋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해방된 후라 시간이 널널한데도 굳이 대 철학자의 흉내 운운한 것은 운동을 싫어하는 스스로를 채근하기 위함이었고 이내 산책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뒷짐을 지고 걸을 때도, 두 팔을 힘차게 흔들 때도 시선은 늘 도봉에 꽂힙니다. 섬세하면서도 도도한 위용을 자랑하는 산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가슴이 뛰고 하루의 절정을 맛보는 듯합니다. 그 기분은 곧 내 삶의 절정으로 이어집니다.

글을 접한 지 삼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치열해야 했던 삶의 현장에서 글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모퉁이에서도 아주 잊히지는 않았습니다. 시니어란 이름표를 달고 비로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네요. 구순의 어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그리고 노트북을 엽니다. 설익은 글을 담은 노트북이 후끈 달아오를 때면 내 마음도 후끈 달아오릅니다. 내 삶의 절정인 듯합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이미 생명을 잃은 글들을 솎아내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듯한 퇴고에 몰두하느라 한숨이 나기도 합니다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그저 웃습니다. 누군가가 글쓰기는 세상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 했습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연서를 다듬고 또 다듬어 세상에 내놓고 싶던 참에 글로리 신춘문예가 마중물이 되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글판을 열어주신 글로벌 경제신문사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