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권순우씨.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권순우씨.

 

스틱을 짚은 구름이 무학재를 오릅니다. 헐벗은 상수리나무와 가녀린 새 소리를 공짜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털점퍼 입은 등은 후끈한데 스틱 쥔 두 손이 시려 목장갑을 덧낍니다

한겨울에도 소임 다하는 나무들에게 나는 할말을 잃었지요. 맨발의 견인주의자처럼 비가 오면 비 맞고 눈이 오면 눈 맞는 감태나무는 내게 거울 입니다. 부름켜 속에서 나를 들볶는, 시 또한 그렇습니다

손톱처럼 잘려 나간 세월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늦었다 서두르거나 질책하면 감태나무도 시도 오래 품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참에 겸손해 지려 합니다.

서녘 하늘에 까치놀로 걸린 손톱눈의 시가 아니었다면 어디에서 정신의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을까요. 해거름에 만난 시와 움트는 키 작은 감태나무가 있어 나, 오늘도 산그늘 깊은 무학산 능선을 허위허위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