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김재호씨.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김재호씨.

 

입춘입니다

봄소식이 완행열차에 올라 상행길에 들어섰네요

성질 급한 매화는 피었고요

이른 비 늦은 비 맞으며 하나 둘 꽃망울을 맺겠지요

하늘은 나날이 푸르고 더 높아지겠네요

 

자연은 이렇듯 시나브로 조화로움을 노래하는데 당신의 청춘은 어떠신가요?

취업난으로 어두운 그늘, 나날이 늘어나는 빈 점포들, 매스컴에서는 연일 사건사고가 단골이 되어버린 잿빛 겨울이 전파를 타고 떠돌아다닙니다

우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거 같은 코로나 19의 엄중한 현실에서 한 발자국만 비켜서면 어떨까요?

 

오늘도 산부인과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고 서리 내린 담장에도 여전히 장미는 꿋꿋하게 웃고 있어요

제과점에서 풍겨 나는 빵 굽는 냄새가 거리를 채워가고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종종걸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삶이 맨날 칙칙한 콘크리트 같으면 어찌 살겠어요

맨발로 걸어도 좋은 황톳길도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문학, 글쟁이가 되고자 들어선 이 길이 마냥 행복한 길이 아님을 알기에 당선 소식이 사실은 좀 두렵습니다만 지금껏 그랬듯이 가던 길 계속 걷는 심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저를 기억하고 응원해 주시는 포항 문예 아카데미 선생님과 문우들, 작가들의 숨 / 신정 문학 식구들, 사랑하는 가족 모두 감사합니다

 

선배 작가님들이 가시던 길에 누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따라 걷겠지만 저 다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기꺼이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글로벌 경제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