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전일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알트코인들 중 대다수가 비트코인의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다른 암호화폐도 큰 등락 없이 전날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 

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세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 20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일 대비 1.0% 오른 4만9725 달러(약 558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565 달러로 전일 대비 1.12% 올랐고, 에이다, 바이낸스 코인은 전날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국내 거래소의 상황도 비슷하다. 빗썸에 따르면 같은 시각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로 1.07% 하락한 5710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은 179만5000원, 에이다는 1388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각각 0.39%, 0.57%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 유명인 발언에 엎치락 뒷치락

암호화폐가 일제히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가격 등락을 결정지을만한 큰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저명한 인사들의 발언을 비롯해 미국 등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금리 정책 및 암호화폐 규제가 포함된다.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영향을 준 사례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1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bitcoin이라고 쓰자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달러에서 단숨에 20% 가량 폭등했다. 거래량은 무려 네 배 가까이 늘었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은 시장을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선 머스크의 트위터 활동과 암호화폐 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또 2월 22일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를 보면 주요 경제 수장들의 부정적인 발언이 가격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당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며 결제 수단이 될 수 없고, 극도로 변동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잠재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2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5만6284 달러에서 하락선을 타더니 당일 4만9938 달러까지 추락했다.

■거시경제에 따른 금리 변동, 美 규제 움직임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또 금리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를 주목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 증가가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2일 미 국채금리는 연 1.37% 선을 넘어서며 지난해 2월 말 이후 기록한 최고치를 갱신하자, 주식을 포함한 비트코인의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애초에 비트코인의 성장이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각광받았다는 점을 짚어 보면, 금리 상승은 비트코인에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 금융 당국의 규제 움직임도 변수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게리 겐슬러를 임명했다. 겐슬러는 201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 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가르친 전례가 있는 친(親) 비트코인 파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겐슬러의 임명으로 암호화폐의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겐슬러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가능성에 대해선 수긍을 하면서도 동시에 규제의 뜻도 밝혔다.

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결제와 금융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발생시켰다"며 "기관이 합리적인 규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리플과 SEC의 분쟁에서 암호화폐가 증권법 적용 대상이냐 아니냐를 놓고 촉각을 다퉜던 만큼, 향후 논의를 통해 이 문제를 결정짓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SEC는 지난해 12월 리플이 증권법을 어겼다며 제소한 바 있다. 리플의 가격은 제소 이후 이틀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