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 조기은퇴해서 파이어족으로 살고 싶어요.

내년을 목표로 퇴직을 준비 중이다. 나이는 39살, 자녀는 없고 남편과 둘이서 맞벌이 하며 살고 있다. 내년이면 40살, 직장생활 20주년이 되는 해라서 그때까지만 일하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부부가 함께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2년 정도 함께 쉬며 낯선 곳에서 지내도 보고 해외여행도 생각중이다. 안식년이 끝난 후 나는 자유로운 은퇴생활을 이어갈 작정이고, 남편은 지금보다는 자유로운 제2의 직장을 구할 생각인 것 같다.

재산은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1채를 비롯해 오피스텔 2채를 갖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대출도 끼고 있다. 가계부 쓰며 냉장고 파며 파이어족으로 살아왔고, 현재 2인 생활비 100만원을 지키며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월세 100만원만 나온다면 은퇴 후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 파이어족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 의미 있는 삶이지만 각오가 대단해야

나이 40에 경제적 자유라! 이제 돈을 벌기 위해 일에 얽매여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에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 사실 요즘 젊은 층에서 파이어족의 삶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실행은 결코 쉽지 않다.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를 뜻하는 말이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모질게 아끼고 저축하면서 재산을 형성해야 한다. 가장 작은 비용으로 살기 위해 소비생활을 최소화하고, 펀드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자산을 불려 조기 은퇴를 실천하는 것이다.

파이어족이 그냥 짠돌이와 다른 것은 왜 아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이런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동체가 생기기도 했다. 아마 과도하게 일하고 지나치게 소비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반성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여가시간을 없애고, 그렇게 억척스럽게 번 돈으로 사치를 한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이다. 조금 덜 벌고 덜 쓴다면 여가도 챙길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파이어족이 지향하는 것은 여유롭고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다. 그렇다고 매일 휴가처럼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은퇴 이후 잠깐 동안의 달콤한 휴식기간이 지나면 인생에서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파이어는 설령 목표금액을 저축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소득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약간의 소득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이므로 모아놓은 자산을 굴려 은퇴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전부 얻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파이어족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은 행복한 삶을 살기위한 좋은 방법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파이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것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파이어를 실천해야 실패가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완전한 은퇴라는 것이 있기나 할까?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 일할 필요가 없어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극단적인 검소한 생활을 추구했을 때 얼마나 우울해지고 소외될까?

은퇴하고 나면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위 살필 것 없이 오롯이 내 삶을 살 수 있다. 싫은 일 안해도 되고 힘든 일 안해도 된다.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삶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되도록 빨리 은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조기은퇴는 우리가 꿈꾸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은퇴는 로망이 아닌 현실이다. 잘못하면 자신의 삶을 공허하게 할 수 있다. 후반기 인생을 절벽으로 밀어낼 수도 있으니 추락하지 않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파이어는 남은 평생을 해변에서 와인이나 마시며 보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