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압도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73.54%로, 박 후보(24.32%)의 3배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 새 수장이 되면서 벌써부터 서울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특히 중장기 발전방향의 밑그림인 서울도시기본계획, 일명 '2040서울플랜'에서 아파트 층수 규제인 '35층→50층' 완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오 시장은 "취임하면 일주일 이내에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한강변 재건축부터 집값 상승이 시작돼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 단독으로 부동산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다. 오 시장 단독으로 서울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이면 부동산 정책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나 국토부 등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진단 등 재건축 관련 규제는 대부분 중앙정부 소관 법령과 고시에 규정돼 있어 서울시 단독으로 풀어줄 수 있는 규제는 딱히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 35층→50층, 5년 안에 36만 가구 공급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중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아파트 35층 규제' 방침을 완화해 50층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5년 안에 새 아파트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36만 가구 가운데 절반가량(18만5000가구)은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 정상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나머지 17만5000가구는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7만5000가구 △상생주택 7만 가구 △모아주택 3만 가구 등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광화문 광장의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를 조금 넓히고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없애 나무가 많은 공원으로 만드는 게 골자다. 동쪽 도로를 넓히는 1단계 공사는 이미 완료됐다.

오 시장은 또 강남·북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비강남권 지하철과 국철 구간 일부를 지하화해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도봉구 창동 차량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그 밑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 또한 제시했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중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아파트 35층 규제' 방침을 완화해 50층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중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아파트 35층 규제' 방침을 완화해 50층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  기대감 부푼 강남·목동 재건축 조합 "환영한다"
이런 오 시장의 공약에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층수 규제가 풀리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소유자 협의회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는 2002년 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2005년 안전진단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정비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운 오 시장의 당선으로 서울시가 정비계획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목전에 두고 최근 아파트값이 수직 상승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2구역(신현대 9·11·12차)과 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도 지구단위계획이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도 공공재건축 등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을 적용할 때 35층 층수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어 큰 이견은 없다. 어차피 층수 규제는 지자체 고유 사무이기도 하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또한 오 시장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앞서 목동아파트는 14개 단지가 모두 1차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지난해 9월 목동9단지에 이어 최근 목동11단지마저 2차 안전진단 관문을 넘지 못했다. 

다만 오 시장 당선 후 목동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단지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권이나 목동뿐 아니라 노원구 상계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안전진단 단계인 재건축 단지 역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세훈 시장을 의식한 듯  8일 열린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대책 추진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협력이 더 견고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세훈 시장을 의식한 듯  8일 열린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대책 추진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협력이 더 견고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껄끄럽다···정부·서울시 갈등 예고

다만 한강변 층고 제한 완화 등은 서울시장 권한으로 풀 수 있지만, 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시장 규제는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제건축 규제 완화에 있어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오 시장 부동산 정책을 보면 정부의 2·4 대책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과 배치되는 대목이 많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워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 입장에선 오 시장 공약이 껄끄럽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 방안은 정부의 2·4 대책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정면에서 부정한다.

오 시장의 공약대로 민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면 조합으로선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오 시장 재임 기간은 1년 3개월로 짧은 데다 여전히 서울시내 구청과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자신의 목소리를 넣어 수정하려면 조례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09석 중 101석을 점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의회 설득은 사실상 쉽지 않다.

과거에도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는 힘겨루기를 벌인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4~2005년 뉴타운 정책을 두고 벌어진 주도권 싸움이다. 당시 중앙정부도 강북 개발을 염두에 둔 '도시구조개선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 전 시장이 '뉴타운 특별법'을 먼저 꺼내들며 엇박자를 냈고 그 결과는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전 시장은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권한을 구청에 위임하는 등 정부 규제책을 무력화하는 크고 작은 정책을 내놓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는 여당 시장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대권 주자로 뽑혔던 박원순 전 시장도 '여의도·용산 통개발 방안' 등 중앙정부와 다른 방향의 정책을 내놓았다가 중앙정부와 어색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공급대책 추진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협력이 더 견고해지길 기대한다"며 "여야를 떠나 부동산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오 시장 당선으로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지적과 함께 재산세 등 세금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