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부동산 정책을 두고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기 싸움이 본격화 됐다. 오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다 공시가격 재조사까지 거론하며 정부와 대립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여당 또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오 시장 표 서울 부동산 완화 대책이 정부 정책 기조에 반한다며 날을 세웠다.
오 시장 입장에선 서울 부동산 대책 성공 여부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이번 대책 성공 여부에 따라 1년 3개월 후 서울 시장직을 다시 한 번 보장받을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이미 오 시장 당선으로 서울 주택사업 경기 기대감은 커질 대로 커졌다. 이미 강남 압구정, 목동, 상계동 등은 기대감에 들떠있으며 서울 재건축 단지 등 노후 아파트값은 신축 아파트값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자칫하다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불장’으로 번질 우려다. 오 시장은 이런 부담감 속에 중앙 정부와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오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다 공시가격 재조사까지 거론하며 정부와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연합뉴스)

 

◇ 휴일 국민의힘 찾아가 "도와달라"

오 시장은 당선 후 첫 휴일인 11일 국민의힘을 찾아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실현을 위한 법률, 조례 개정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오 시장의 선거 공약인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 완화와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를 개선하려면 법이나 조례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설령 국민의당이 협조한다고 해도 현재 국회나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절대 우세인 상황이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워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 입장에선 오 시장 공약에 반기를 든 상태다.  

특히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 방안은 정부의 2·4 대책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정면에서 부정한다.

오 시장의 공약대로 민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면 조합으로선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 시장 재임 기간은 1년 3개월로 짧은 데다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자신의 목소리를 넣어 수정하려면 조례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09석 중 101석을 점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의회 설득은 사실상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도 오세훈 표 부동산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 정책 기조가 흐트러진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주도해 법이나 조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강남 집값이 하나의 기준이지 않냐"며 "(오 시장 당선 후) 며칠 사이에 '강남 재건축은 몇억이 올랐다'가 뉴스가 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집값 불안정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 시장식의 무조건적인 규제 풀기는 안 된다"며 "1년 3개월 정도의 남은 임기 동안 실적에 목을 매 안정화돼가는 서울 집값을 자극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서울 재건축 시장에선 오 시장 당선으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오 시장 당선 후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억눌린 강남, 잠실, 목동, 상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이미 서울 재건축 시장에선 오 시장 당선으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오 시장 당선 후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억눌린 강남, 잠실, 목동, 상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 기대감과 부담감 공존

오 시장이 서울 부동산 대책 완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자신의 공약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1년 3개월 후 다시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성공여부에 따라 국민의 선택을 다시 한 번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단 오 시장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지금보다 한 층 두터워진 지지자를 확보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서울 재건축 시장에선 오 시장 당선으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오 시장 당선 후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억눌린 강남, 잠실, 목동, 상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재건축 단지 등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값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1.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0.70% 오른 것과 비교하면 1.8배 높은 수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 또한 이달 서울의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가 101.6으로, 2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건설사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간 주택 공급 환경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 전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주산연은 "2·4대책을 통한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 발표와 더불어 4·7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정비사업 관련 공약에 힘입어 서울시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동향. (주택산업연구원)
4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동향. (주택산업연구원)

업계에서도 서울 재건축 기대감은 오 시장 당선 이후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공약의 현실성을 고려했을 때 전체 시장 보다는 특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 35층 규제의 경우 별도의 법 개정이나 서울시 의회의 협조 없이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강변 아파트만 집값 상승을 예상했다. 오 시장이 직접 언급한 여의도동, 상계동, 목동, 압구정동, 대치동, 자양동 등이 해당한다.

다만 이 지역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지협적 가격상승이 지속되면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이 뛰는 '불장'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재건축 기대감으로 시장이 과열되면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