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한다.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국내 기업에 집중된 만큼 그 어느때보다 상장 후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지만 업계는 마켓컬리가 지향하는 신선식품이 되려 상장 추진 중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써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는 등 구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만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에 집중하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기엔 엿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마켓컬리 로고
마켓컬리 로고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올해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지 나스닥에 상장할지는 내부 논의를 통해 확정짓는다.

마켓컬리의 미국 상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쿠팡의 경우 만성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공모가 기준 68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에 새벽배송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마켓컬리는 설립 6년만인 지난해 매출액이 9523억원에 달한다. 총 고객 수는 700만명이며, 이중 충성고객은 100만명에 이른다. 국내 신선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마켓컬리 매출액을 이에 대입하면 40% 이상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과 신선식품에 최적화된 물류 서비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여기에 더해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포 고촌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도서나 비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50~80% 수준에 달하지만 식품은 많이 잡아도 20%에 불과하다”면서 “식품 시장 온라인 침투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시장 성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사업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현재 수도권에 한정된 배송지역을 올해 상반기 중 수도권 바깥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2월 국내 최대 규모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포 물류센터 오픈 이후 마켓컬리의 하루 처리 가능 주문량은 기존 22만 상자에서 44만 상자로 2배 늘어났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마켓컬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마켓컬리

이처럼 마켓컬리의 성장은 돋보이지만 업계는 미국 IPO 흥행 가능성에 물음표를 띄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온라인 신선식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평가한다면 경쟁력이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마켓컬리가 주력으로 삼는 신선식품 품목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한 것과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갖춰야 할 취급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쟁사들이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마켓컬리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네이버·쿠팡 등은 플랫폼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묶어두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파워가 강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마켓컬리가 지금과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켓컬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429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영업손실도 986억원에서 1162억원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영업손실의 확대는 2015년 창업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은 94.65% 늘었고, 영업손실은 23.61% 줄였다. 특히 쿠팡은 최근 3년간 손실폭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장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꾸준히 영업손실을 줄이며 흑자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당장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마켓컬리에 손을 쉽게 내밀지는 알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상장에 있어서 차이점은 '준비기간'이다. 쿠팡은 애초에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상장을 염두해왔지만 마켓컬리는 지난해까지 국내 상장을 고려하다가 올해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조급함이 드러난 부분"이라며 "이 외에도 신사업 등 성장성에 대한 청사진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