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5만달러 저지선도 무너지며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자본이득세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3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2시 33분 기준 4만9370달러로 전일 대비 9.0% 하락했다. 

현재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대다수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2221달러로 전일 대비 8.26% 하락했다. 3위 바이낸스 코인도 10.59% 감소한 492.72달러를 기록했다.

리플은 전날 대비 19.77% 급락해 1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코인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도지코인 역시 25.76% 줄어 0.205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5761만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12.92% 하락했다.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에선 5747만원, 코인원은 5728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하루 만에 약 860만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이러한 급락 여파로 국내와 해외 거래소의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김프의 영향도 확 줄었다.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7일 1500만원가량의 시세 차이가 났으나 이날 들어 200만원대까지 갭을 대폭 줄였다.

■블룸버그 "암호화폐 급락, 美 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 계획 영향"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날 암호화폐 급락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본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 계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미 행정부가 자본소득세율을 현행 20%에서 39.6%로 높이는 등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대다수 암호화폐의 등락은 큰 이벤트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를 보면 주요 경제 수장들의 부정적인 발언이 가격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며 결제 수단이 될 수 없고, 극도로 변동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잠재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비트코인은 5만6284 달러에서 하락선을 타더니 당일 4만9938 달러까지 추락했다.

15일에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암호화폐(가상화폐) 자산을 투기수단으로 본다"고 언급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한때 6만5000달러 선을 바라볼 정도로 올랐으나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급락해 6만2000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루머·부정적인 이슈 악재 겹쳐··· 전문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 더 커질 것"

암호화폐 급락의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 발생한 부정적인 이슈도 가격 하락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터키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토덱스에선 최고경영자인 파룩 파티 오제르가 거래소 사업을 접고 국외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토텍스의 이번 폐쇄로 피해액이 최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산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감도 일고 있다. 

동시에 미확인 루머도 등장하며 악재가 겹치는 중이다. 이날 트위터에는 재닛 장관이 암호화폐에 부과하는 세금을 최대 8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트윗이 퍼지고 있다.

이러한 루머가 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을 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9일에는 미 재무부가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미확인 루머가 돌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 시간도 안 돼 14% 가까이 급락했다.

한편 업계 및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조정이 계속되며 당분간 하락세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짧은 기간에 이뤄진 비트코인의 어마어마한 움직임을 고려할 때 매우 거품이 끼었다"며 "커다란 조정이 불가피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너드 CIO는 "비트코인이 개당 2만∼3만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50% 하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