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공포의 '수요일'이였다. 중국 금융당국이 19일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강경책을 발표하자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쇼크로 인해 비트코인은 최저 3만달러 초반대까지 후퇴했고 대다수 알트코인은 30% 이상 급락했다. 비트코인 랠리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가 트윗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반등은 보이진 못했다.

20일 암호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은 4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중국발 쇼크 여파로 3만100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달 16일 비트코인의 가격이 6만3525달러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최대 55% 이상 하락한 셈이다.

알트코인 역시 고배를 마셨다. 이더리움은 이날 270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4300달러에 이르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번에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도지코인 역시 0.3달러 중반까지 떨어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리플은 최근 올해 최고가인 1.7달러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으나 이날 최저 1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치며 상승분 상당수를 반납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파국을 맞게 된 주된 배경에는 중국이 첫 번째로 꼽힌다. 

19일 중국은행업협회와 중국인터넷금융협회 등 국영 금융 유관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금융기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떠한 금융활동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는 법적으로 구속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도 엄포를 놨다. 

이는 사실상 중국 내에서 가상자산 거래,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설상가상으로 채굴까지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의 발표가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그간 암호화폐의 과열 양상에 대해 시장 질서를 헤친다는 이유로 상당수 경계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디지털 위안화'를 준비 중인 만큼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도 있다. 

시장 및 투자자들이 이 같은 중국의 발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2018년 하락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7년 당시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하자 ICO(암호화폐공개) 금지 및 거래소 폐쇄 조치를 강행한 바 있다.  

실제로 다음해 말 비트코인은 거짓말처럼 80% 가까이 폭락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조 증상이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상당수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락장이 거세진 또 다른 이유로는 비트코인의 상승랠리를 주도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선물과 펀드에서 돈을 인출해 금에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랠리에서 큰손들의 매입이 꾸준해왔다는 점을 주목해보면, 지난번과 같은 상승 여력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기관들은 비트코인의 최근 6개월 상승세가 끝난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면서 기관들은 '밀레니얼 금'인 비트코인의 급격한 하락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금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금값은 지난 13일부터 20일 까지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88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3.50달러(0.7%) 올랐다. 

이외에도 유동성이 약화될 것이란 불안감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이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의사록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가 논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비트코인의 성장이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각광받았다는 점을 짚어 보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제한될 경우 안전자산으로써 메리트가 없어질 것이란 인식이 확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큰 낙폭의 가격조정이 이뤄졌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영향이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니 스콧 코인코너스 최고경영자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의 최근 급락은 공포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상승장을 위한 일반적인 절차"라며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은 아직 바뀌지 않았고 인프라 역시 바뀐 점이 없다. 단타가 아닌 장기적인 전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역시 위험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암호화폐의 가격 급락, 즉 패닉현상이 전체 위험자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