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겸 사단법인 한국벤처혁신학회 연구이사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겸 사단법인 한국벤처혁신학회 연구이사 이수진.

우리는 늘 변화하고 있다. 자연의 변화와 함께 우리도 동시에 변한다. 이는 곧 변화에는 ‘수동적 변화’와 ‘능동적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수동적인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에 이르는 길인 반면, 능동적인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역행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수동적 변화는 ‘노화’의, 능동적 변화는 ‘실존’의 증거가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외출보다 ‘집콕’ 생활이 익숙해졌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사회적 변화가 이렇게 급변하는 시기 즉, 거대한 물줄기의 흐름이 뒤바뀌는 지점을 가리켜 ‘패러다임 시프트(shift)’라 한다.

이 지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물결의 중심에 서는 사람은 리더가 되고, 과거의 물줄기를 타고 사라져가는 사람은 낙오자가 된다. 그 주체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수동적 변화에 저항하며 능동적 변화를 주도하는 자는 번영의 기회를 쟁취한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들과 함께 매년 소비트렌드를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발표한다. 소비트렌드는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엄청난 변화를 촉구한 변곡점이 된 것은 단연 코로나 바이러스다.

이에 우리는 ‘브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통해(바이러스와 경제를 조합한 단어),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그리고 바꿀 경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코로나19가 던진 4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마련한 키워드다. 

먼저 첫번째 질문은 “과연 경기의 V자 회복은 가능할 것인가?”다. 경제 수치만 보았을 때는 긍정적이다. IMF는 코로나 위기 전인 2019년의 GDP수준을 상회하는 국가로 미국 · 한국 · 호주임을 발표했다. 소비자심리 지수도 2021년 3월, 14개월만에 낙관으로 전환되었다.

한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실적을 공개했거나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나온 주요 322개 기업 중, 2019년 대비 2020년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이 200곳이었다. 분명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치들이 진짜 경기의 V형 회복을 의미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K자형을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뚝 떨어졌다가 상승하는 부분은 아주 빠르게 상승하고, 하락하는 부분은 매우 빠르게 하락하는, 상승 부분과 하락 부분을 벌어짐을 알파벳 K로 형상화한 경제 흐름인, ‘양극화’의 문제가 감지되고 있다. 산업별 혹은 업종별 회복 속도의 차이로 인해 상향회복과 하향침체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속성이나, 경제 충격이나 재난은 양극화를 더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 백신 접종의 경제적 효과만 살펴봐도 세계 경제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재편된 것을 알 수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미국은 6%를 넘어선 성장률을, 영국 역시 접종률이 50%에 육박하자 성장률이 5.3%로 반등한 것으로 알려진 반면,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의 경우 경제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로의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을 빠르게 적용한 대기업 및 IT기업, 혹은 ‘집콕’ 수요에 최적화되었던 산업군의 경우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상황은 여전히 험난하다. 2020년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 수가 553만 1000명으로, 2019년보다 7만 5000면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했다. 즉, 창업자보다 폐업자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충격은 업종별 혹은 업체별로도 다르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의료계의 경우 코로나 발발 이후 치과 · 피부과 · 성형외과는 재난지원금 수혜와 시술 후 휴식 시간 확보와 같은 요소들 덕분에 성황을 이뤘다. 반면 감염 위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크게 아프지 않으면 집에서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아과 · 이비인후과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있지만, 같은 업종이라도 전략을 달리한 업체별로도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났다. 같은 성형외과 병원이라 하더라도, 외국인 위주로 영업을 했던 병원들은 타격이 컸던 반면, 내국인 위주로 환자를 지녔었던 병원의 매출은 증가했다.

코로나에 따른 ‘산업별 소비 수요 유형’을 5개의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빠른 회복을 보이는 V형, 코로나 완전 사회적 종결 이후가 되어야 완만한 회복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U형 (해외여행이나 항공, 유흥주점, 면세점 등),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등락을 보이는 W형 (다중이용시설, 헬스클럽, 당구장, 사우나 등), 이전부터 상승 트렌드였지만, 코로나 사태로 트렌드 확산 정도가 가속화된 S형 (온라인쇼핑, OTT서비스 등), 코로나로 일시적인 특수를 보이는 역V형 (국내여행, 아크릴판, 마스크 등)의 다섯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알파벳을 동원하여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디테일’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무조건 낙관 혹은 비관하기 보다 비즈니스 별로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코로나가 던진 두번째 질문, “언택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결국 언택트와 컨택트의 ‘황금 비율’을 찾아 갈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은 빠르게 언택트 문화에 적응했다. 재택근무를 도입함으로써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던 기업들도,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에 어린 학생들도,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던 어르신들도 디지털 플랫폼의 편리성을 발견하면서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언택트는 피할 수 없는 문화가 되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언택트와 컨택트를 섞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컨택트 공간에 대한 운영 시스템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비대면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는 탁아소의 기능도 한다. 맞벌이 부부가 코로나 이후 육아 문제로 가장 힘들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아야 하고, 우정은 온라인으로 배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 시대에 체험한 언택트 수업 방식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에서는 코로나 전부터 언택트 수업이 일부 시행되고 있었다.

‘플립트 러닝’이라 하여, 온라인으로 미리 교과에 관한 지식을 사전 예습하고, 오프라인으로 모였을 때 해당 내용에 대해서 서로 토론했었다. 즉 앞으로도 교육 영역에 따라 선별적으로 언택트 수업 방식을 받아들일 것이다. 따라서 교수자에 대한 역량이 지식 전달과 인격 양성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그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 2년간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몸소 체험한 기업들은 이제 각자 최적의 추진 방향의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로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언택트와 컨택트 블렌딩 전략을 고려할 때, 업무별로 나누어 구상할 필요가 있다. 근무 성과 측정이 유리한 업무는 언택트로,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경우는 컨택트 방식이 보다 더 유리하다.

즉, 업무 특성에 맞춰 언택트의 정도를 달리하여 생산성을 되려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재택근무는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피라미드 형식으로 기업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위계질서가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이 견고한 체제를 흔들어 놓았다. 줌, 웹엑스 같은 툴로 회의를 하면, 바둑판 같은 화면 속에서 모두가 자기 발언을 한다. 조직 내 ‘막내’의 발언을 부장님이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로, 조직 내 수평적 구조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번째 질문은 “소비자의 가치(value)는 어떻게 변할까?”이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참신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했다. 코로나 이후 여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검증된 것을 찾는 성향이 있다.

즉, 소비자들도 코로나 라는 특수 위기 상황에서 1등 브랜드에 대한 쏠림이 강해졌다. 실제로 유통업 중 이마트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5.1% 늘어난 반면, 롯데쇼핑은 35.5% 감소했다. 기아차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은 매출이 급격히 줄며 적자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 때문이다. 단지 1등이라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보다 노련하고 확실하게 대처를 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등 기업이 아니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코로나의 아픔이나 고통에 기업도 공감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가치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다. 기존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경영 방침, 일명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같은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둘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CSR은 홍보의 업무였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 차원의 문제였다면, ESG는 근원적인 문제다. 특히 ESG 대두에는 MZ세대의 등장이라는 사회 구조적 배경이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이 새로운 소비자들은 의미(meaning)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채식을 하더라도, 기존 세대 소비자들은 콜레스테롤이나 건강을 걱정해서 채소를 먹었다면, MZ소비자들은 ‘동물의 생존권’을 존중하기 위해 육식을 피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이노믹스 시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연 환경문제와 관련한다. 환경 문제는 특히 MZ세대에게는 단순 정치적 구호나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당장 살고 있는 현실에 영향을 주는 당면 문제다.

따라서 기업들은 환경 문제에 있어 ‘진정성’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찐’환경을 추구해야 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그린워싱’이라 하는데, 실제로는 친환경적 경영을 하지 않지만 이를 표방하는 것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한 화장품 회사가 포장지에 ‘페이퍼 보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그린 워싱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변화된 소비가치에 기업들은 보다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Vision을 가질 것인가?”이다. 브이노믹스 전에는 ‘Rule of three’시대였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3등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금 멀리 가면 훨씬 더 좋은 가게가 있어도, 멀고 힘드니까 가까운 곳에서 차선의 브랜드를 구매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시대에서는 온라인으로 세계 1등 브랜드도 단 몇 분만에 주문한다. 이제는 세명이 아니라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Rule of one’의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 수익 구조를 분석한 한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 시장은 ‘압정형 구조’라고 한다. 압정이 바닥에서 위로 누워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는 모양으로, 상위 1%가 소득의 대부분을 벌고 있다는 것을 형상화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소위 ‘일타 강사’ 라고 불리는 선생님들이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 대표적인 ‘Rule of one’ 시장의 사례다. 그리고 코로나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였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어떤 비전으로 이 세태를 해쳐 나아갈 것인가? 먼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약자 배려가 강화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술을 연마하기 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전환해 나갈지 함께 고민해야 하고, 트렌드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면밀한 경제 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는 단순 GDP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없다. 부의 불평등은 더욱 체계적으로 추적되어야 한다. 환경적 혹은 사회적인 자본 등과 같은 잠재적 가치를 총체적으로 포함한 경제적 지표가 필요하다.

혹은 디지털 경제에서 창출되는 가치, 무급 근무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 특정 유형의 경제활동을 통해 잠재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 가치를 모두 반영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앞서 언급한 ESG개념도 결국은 인본주의에 기초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다. 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사업의 확장이 받쳐져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환경보호와 같은 행위가 ‘당위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성과를 높임으로써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녹색에너지 · 생태 관광 · 순환 경제 등과 같은 녹색 경제 그리고 돌봄과 재인서비스 · 교육 ·  보건 분야처럼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여 고성장 및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영역을 더 발굴해야 한다.

혹은 기존의 생산 및 유통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혁신 방향을 보다 포용적이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향한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가 그 어느때 보다 간절하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영원하리라. 사실 이 말은 인류사에 길이 남는 진리에 가깝다.

브이노믹스 시대, 우리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다. 이런 고난속에서 ‘막히면 변하라’라는 뜻은 결국 스스로 변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바위가 길을 막고 있다면, 주저앉아 기다리지 않고 두더지가 되어 굴을 파든지, 나비가 되어 날아가든지 변해야 한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더라도 바이러스 앞에 멈춰서 막연한 미래를 기다리지만 말라는 정언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