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포인트 홈페이지(좌) 및 코인레일 거래 화면(우) 홈페이지 캡처
비트포인트 홈페이지(좌) 및 코인레일 거래 화면(우) 홈페이지 캡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가상화폐·코인)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시한이 한 달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줄이어 문을 닫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은 8일 암호자산(가상화폐)은 법정화폐와는 별개로 민간 영역 일부에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투자, 투기 수단으로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거래소들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실명계좌를 갖춘 채 영업해온 4대 거래소마저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트래블 룰(코인 이전 시 정보제공 기준)을 앞세운 위험 평가 강화 소식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중소형 거래소들, 소리소문없이 폐쇄 절차

8일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케이덱스에서 7일 현재 전체 코인의 24시간 거래량이 0이다. 올해 6월 30일 입금 계좌가 바뀌었다는 공지 이후 별다른 공지가 없지만, 사실상 운영이 멈춘 상태로 볼 수 있다.

거래소 데이빗은 홈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하면 '접속 중'이라는 안내만 나올 뿐 연결이 되지 않는다.

CM거래소는 계좌를 이용하던 KB국민은행으로부터 입출금 정지, 예금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6월 들어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이 거래소에서 더는 코인을 사고팔지 못하고, 출금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거래소 코인투엑스(coin2x)는 향후 재개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 거래소 측은 "9월 특금법 규제 정책으로 8월 초까지 거래소 시스템 개편을 진행한다. 정확한 오픈(개장) 일정은 추후 다시 공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시스템 개편을 마치지 못했다.

뉴드림거래소는 지난달 20일 '뉴드림거래소 은행 실명계좌 발급 불가능-국내법이 허락하는 기간까지만 운영'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띄웠다. 현재 거래소 홈페이지는 열려있지만, 모든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이달 6일까지도 코인 상장 폐지를 진행한 거래소 빗크몬의 경우 현재 상장 코인 수는 11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코인 4개의 24시간 거래량은 0이다.

거래소 비트포인트플러스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리뉴얼(개선) 이후 재오픈 일정은 별도 공지를 통해 안내해 드리겠다"고만 알리고는 계속 접속을 막아뒀다.

거래소 코인레일의 경우 정상 접속은 되지만, 코인마다 '차트 시스템 점검 중'이라며 거래가 되지 않는 상태다.

사업자 신고에 필요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 이들 거래소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라 볼 수 있는 다른 중소 거래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거래소 중에도 전체 거래량이 0에 수렴하는 곳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보통 거래소가 문을 닫더라도 보유 중인 코인을 출금할 기간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전체 자산을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거래소 서비스 종료 때문에 코인의 평가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해당 거래소에만 상장된 특정 코인의 경우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암호자산, 투자·투기 수단으로 관심 지속될 것“

암호자산 시가총액(좌) 및 법정화폐 및 비트코인 발행량(우)/출처=한국은행
암호자산 시가총액(좌) 및 법정화폐 및 비트코인 발행량(우)/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은 8일 "암호자산(가상화폐)은 법정화폐와는 별개로 민간 영역 일부에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투자, 투기 수단으로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디지털 혁신에 따른 금융 부문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렇게 예상했다.

한은은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자산이 향후 법정통화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라며 "여러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은 그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암호자산 중 법정화폐와 연동돼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암호자산 생태계 및 가상세계, 국가 간 송금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투자 및 투기 수단으로서 관심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서비스를 뜻하는 디파이(DeFi)에 대해서는 "당분간 금융회사를 통한 금융중개 방식이 일반적인 거래형태로 유지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디파이의 역할은 계속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디지털 전환 신기술과 금융혁신에 따른 금융 부문 패러다임(체계) 전환이 소비자와 중앙은행, 감독기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관련 리스크(위험)도 커질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플랫폼화, 탈중앙화 등에 따른 통화신용정책의 파급 경로 변화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하고, 금융감독당국도 감독 사각지대 발생으로 소비자 보호가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형 거래소들은 '트래블 룰'에 움찔…금융당국 수장 교체에도 촉각

은행으로부터 기존에 실명계좌를 확보해 운영 중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들도 분위기가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실명계좌 계약 연장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4대 거래소 입장에서는 지금이 가장 큰 고비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트래블 룰 이슈까지 터지면서 분위기가 더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된 특금법은 코인을 옮길 때 트래블 룰에 따라 송·수신자의 이름, 가상자산 주소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했으며, 이는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3월에 적용된다.

이달 3일 NH농협은행은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코인의 입·출금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위험 평가를 강화한 것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사실상 정상 운영에 제약이 생기는 일이라 코인 입·출금을 당장 막을 수 없으면서도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무작정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빗썸과 코인원 측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밝혀왔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는 바람에 거래소끼리 만들기로 한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설립에 속도를 내 트래블 룰 체계를 더 빨리 만든다고 해도, 사업자 신고 기한인 다음 달 24일을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실명계좌 확보가 당면 과제인 만큼 최근의 분위기를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4대 거래소는 6월 말 트래블 룰에 대응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후 업비트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연대에서 이탈했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이 바뀐 뒤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도 거래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장관급인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명했다. 공석이던 금융감독원장에는 정은보 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발탁됐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교체되는 터라 앞으로 어떻게 분위기가 바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