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치열한 생존 싸움에 들어갔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25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를 완료한 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요건을 갖춰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업비트' 하나 뿐이다. 앞서 업비트는 케이뱅크로부터 실명 계좌 확인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타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에선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이, 코빗의 경우 신한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은행권은 실명계좌 발급에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대형 거래소에게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중소형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 구축이 어렵고 자금 확보 및 인력 부족이 현실"이라며 "자금세탁방지 위험도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가상자산 사업자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형 거래소들은 사업자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최대한 은행권에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에는 빗썸·코인원·코빗 3사가 트래블 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  'CODE(COnnect Digital Exchanges)'를 공식 출범했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거래인들의 신원 정보를 거래소가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3사는 내년 3월말을 목표로 각 사가 개발 중인 시스템을 연동하고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한다. 

합작법인의 초기 대표는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맡았다. 화이트 해커 출신인 차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역량을 인정받아 초기 대표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코인원은 CODE에서 트래블 룰 기술 및 개발 파트를 맡아 진행키로 했다.

한편 트래블 룰 준비와 함께 대형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특금법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거래소 운영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코인원의 경우 2019년 8월 자금세탁방지 전문대응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듬해에는 금융사기 의심거래와 이상거래 탐지를 위한 FDS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실시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빗썸은 자금세탁방지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지난 7월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임직원 내부거래 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며 이어 자금세탁위험 4개국도 추가 차단했다. 또한 준법경영시스템 국제표준 공식 인증도 획득하면서 향후 거래소 운영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코빗은 자금세탁방지 관련해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관련 교육을 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선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트래블 룰은 중요하지만 결국은 자금세탁방지 준수에 있어 여러 방법 중 하나"라며 "거래소 현장 실사와 관련해 이번주 위원 평가가 완료된 상태로 다음주부터는 계약부서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실명계좌 발급 건은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