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최근 정부가 신용대출, 전세대출에 이어 중도금 규제로까지 손을 뻗으면서 청약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는 등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오는 줄 모르고 청약에 당첨됐다가 중도 포기를 하면, 최장 10년 간 재당첨이 금지된다. 또는 중도금 전액이 나오는 줄 알고 계약을 했다가 중도금을 대출이 안될 경우 청약을 포기하면 계약금까지 날릴 수 있다. 

실제, 얼마 전 분양된 한 민간분양 단지는 분양가격이 9억원 이하임에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고 공지한 바 있다. 또다른 민간분양 단지는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한 상태다.

중도금 대출 불가할 경우 청약에 나서야 하는 수요자들은 중도금 60% 납부를 분양대금 납부조건에 따라 자력으로 납부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공공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이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파주운정3지구 A17블록과 시흥장현 A3블록 공공분양 단지의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면서 대출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불투명하다고 밝히기까지 했을 정도다.

현재 정부도 대출 규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각 은행별로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6% 이내로 누르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다른 은행도 연간 목표치에 육박해 중도금 대출 등을 여유롭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추진 중인 내 집 마련 정책은 실제 중산층이나 서민들이게 돌아가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급정책을 피더라도 주변 시세와 연동해 분양가를 책정하다 보면 수도권에서 중도금 대출이 나올 수 있는 곳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9월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값(재건축 제외)은 12억332만 원선으로, 일반 실수요자들은 대출 없이 주택을 구입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오히려 대출을 옥죄면서, 일부 자본력을 갖춘 수요들만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소수 독점의 시대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에서 저가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아이가 둘 이상 없는 신혼부부나 일반 2~3인가구 등은 청약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기회마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청약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9억 원을 호가하는 분양아파트들은 중도금 대출이 나오더라도 40%(3.6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 5.4억 원 가량을 자력으로 납부해야 한다. 현금으로 5억 원 이상을 들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다보니, 실수요자들은 저렴한 공공분양에 눈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공공분양은 높아진 수요자들 눈에 아직도 한참 모자르다. 최근에 분양한 공공아파트들을 보면, 많이 저렴하게 공급하려다 보니 면적을 작게 쪼갠다. 또는 민영아파트와 같은 면적이라도 서비스 면적이나 옵션, 정주여건이 떨어지게 사실이다. 

작은 면적을 늘릴수록 가구수는 늘어나겠지만, 정주여건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가구수에 집착해 면적을 잘게 쪼개면, 같은 도시에 같은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공공과 민영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극명하게 발생되어진다. 아파트로 계급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공공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지어도 살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공공 공급정책을 좀 더 치밀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너무 급하게 공급수치에 목표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면적과 공급수를 세분화한 공급계획과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택지에 공급하는 민영 아파트 역시 특정 면적 중심에서 벗어나, 단지 내 다양한 면적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의 공급정책은 한 단지 내에서도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또한 실수요자라면 대출에 대한 규제도 시세에 맞게 조정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은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호가하는 지역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자들은 주택을 구입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반면 자본력을 갖춘 일부 수요는 손쉽게 새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무주택자들에게 좀 더 폭넓은 주택구입 기회를 주기 위해선, 실수요자 대출에 대한 정책을 다시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