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최근 오징어게임이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스토리 라인처럼 아파트 시장도 “구입했다” 혹은 “안했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 이러다 보니, 승자가 되기 위해 매일 치열하다. 승자가 된 후에 올라가는 아파트값은 큰 보상이다.

자본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소수는 다수의 과도한 경쟁을 즐긴다는 점과 그런 경쟁을 통해 올라간 아파트값이 계급이 되어버린 사회상까지 드라마와 겹쳐 보일 정도다. 

문재인 정부 기간 내 승자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았던 발빠른 주택 구입자들이다. 정부말만 믿고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던 무주택자들은 매월, 매주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무력감과 허무함만 남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너도 나도 기회만 된다면, 청약이나 주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아파트값은 더욱 오른다. 정부의 각종 규제도 먹히지 않는다. 승자가 되기 위해 2030까지 영끌이나 패닉바잉을 주저하지 않고, 경쟁에 뛰어든 시대가 되어 버렸다.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론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파트시장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혹자는 오징어게임과 아파트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비약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아파트시장에 승자와 패자를 끌어들여, 계급적이면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다소 과격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부동산정보업체 시세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호가(재건축 포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 5월부터 현재 2021년 10월까지 6억5,900만원(6억4,612만→13억512만원)이 올랐다. 1년에 약 1.4억 원씩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 11억3,884만원(12억5,375만→23억9,259만원) △서초구 10억8,854만원(13억3,415만→24억2,270만원) △송파구 10억824만원(9억1,460만→19억2,284만원) △용산구 8억6,298만원(9억2,253만→17억8,552만원) △강동구 7억9,065만원(6억309만→13억9,373만원) △성동구 7억1,918만원(6억2,579만→13억4,497만원) △광진구 7억1,148만원(6억9,354만→14억503만원) △마포구 6억8,654만원(6억5,843만→13억4,497만원) △중구 6억7,385만원(6억2,196만→12억9,580만원) 등이 서울 평균 상승액보다 높았다.

수도권 주요 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동안 △과천 8억6,977만원(8억9,097만→17억6,074만원)△판교신도시 8억1,975만원(8억5,184만→16억7,159만원) △광교신도시 7억1,908만원(6억6,571만→13억8,478만원) △위례신도시 6억3,354만원(8억2,655만→14억6,009만원) △분당신도시 6억2,281만원(5억6,559만→11억8,839만원) △위례신도시 6억3,354만원(8억2,655만→14억6,009만원) △하남미사 4억8,150만원(6억3,514만→11억1,664만원) △다산신도시 3억6,836만원(4억1,451만→7억8,288만원) △별내신도시 3억4,066만원(4억5,655만→7억9,721만원) △송도 3억2,549만원(5억1,652만→8억4,201만원) 등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평균 매매호가로 계산한 만큼 지역 대장주나 신축 아파트 특정 면적으로 본다면, 오른 가격은 더욱 높을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4년5개월동안 서울은 평균 6.5억원 정도가 올랐고, 구별로도 최소 3억원 이상, 강남권은 10억원 이상 자산가치가 상승했다.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과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의 자산가치가 최고 11억 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금은 월급을 착실히 모아가는 무주택자보다 영끌, 몰빵, 패닉바잉을 통해 아파트 구입한 유주택자들의 자산가치가 훨씬 높아졌다. 높은 아파트값에 대출까지 제약이 많은 실수요자들은 서울에서 아파트를 영영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가 오래가다 보면, 아파트 소유에 따라 소득격차가 더욱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가 지금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한 채로 패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사전청약처럼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지금. 도움이 되는 정책이 무주택자들에게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