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이관형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실명제가 도입된 지 두달이 다 돼가는 가운데, 중소거래소는 여전히 거래실명제에 따른 가상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실명제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인네스트 관계자는 "(거래실명제 가상계좌 발급 관련)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심사를 받기는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코인플러그 관계자는 "당국의 고객·회사계좌 분리 조항과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서 은행도 선뜻 나설 수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계좌 발급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날 한빗코 관계자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고 협회 자율규제에 따라 보안심사를 받을 계획이다"며 "갑자기 전면적 발급은 어렵겠지만 협회 심사에 일단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같은 날 한 익명의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법인계좌로 발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법인계좌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가상계좌 발급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는 거래소들이 있다"며 "당국이나 은행쪽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거래소 중 한 곳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보안 심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 조차도 은행권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실명제)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대형 거래소 중에도 기존고객만 전환되고 신규는 전환이 되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중소거래소는 당연히 (발급을) 못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지난 20일 오전 업비트·오후 빗썸·코인원·코빗과 통화한 결과, 빗썸과 코인원은 기존·신규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코빗은 공지한 바에 따라 계좌발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업비트는 기존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거래소 관계자들은 본지와의 통화 중 공통적으로 가상계좌 발급이 막힌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말 업계 관계자 A는 본지의 취재 과정에서 "협회가 가상계좌 발급 관련해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소들이 기존 협회를 이탈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초 관련 업계 관계자 B는 "중소 거래소들이 강남역 근처에서 따로 회동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자율규제를 하는 것이 (거래실명제) 가상계좌 발급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당국 관계자가 발급을 위해서는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자율규제를 통해 투명성·안정성이 확보되면 가상계좌 거래를 트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권과) 협의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율보안심사 후 다시 이야기해 보겠다"고 전했다.

가상계좌 발급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부회장은 "몇 퍼센트로 (확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관형 기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