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치솟는 집값, 분양가 규제가 가져온 ‘로또 분양’이 올해도 뜨겁게 부동산 시장을 달궜다. 

청약홈 12월 15일 기준, 전국적으로 14만657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으며 청약자 수는 292만6313명으로 2021년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9.96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간 28.11대 1과 비교하면 숫자는 내려갔지만 여전히 두 자리 수 경쟁률을 유지하고 완판단지(완전판매)가 많아 분양시장은 지난해 열기를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공급물량이 현저히 줄어든 서울이 1721가구 일반공급에 서울지역 청약통장소지자 28만2896명이 접수해 164.38대 1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남겼다. 경기, 인천은 일반공급과 청약자수가 지난해보다 줄어 들었지만 두 자리 수 경쟁률을 유지해 각각 29.21대 1, 18.46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 집값이 두 배 가량 뛰었다는 세종시는 분양시장에서도 강세다. 1496가구 공급에 29만2307명이 접수해 195.39대 1을 기록해 서울 뺨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세종 이외 지역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광역시의 인기가 주춤했고 중소도시의 강세가 엿보인다. 지방광역시의 경쟁률은 올해 평균 11.57대 1로 지난해 33.11대 1에 비해 감소한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일반공급, 총청약자수 모두 늘어났고 경쟁률도 전년에 비해 높았다.

이처럼 전년 청약경쟁률과 올해 데이터를 비교하면 경쟁률이 높아진 곳도, 낮아진 곳도 있지만 여전히 분양시장은 뜨겁다. 평균 경쟁률은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고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미분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최근 몇 년 간 분양시장은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말은 곧 신규 분양으로 내집마련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전청약과는 별개로 분양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중 서울은 각종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자 공급물량이 감소해 전년에 비해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분양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둔촌주공’도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일반분양 일정이 밀리게 되었다.

자료=청약홈
자료=청약홈

 개별 단지로 보면 올해 경쟁이 치열했던 곳은 먼저 신도시급 택지지구를 꼽을 수 있다. 대규모 택지지구는 해당지역 거주자 외에도 수도권 1순위자들도 청약이 가능했던 만큼 수많은 청약통장들이 접수되었다.

화성 동탄2신도시의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에 올해 가장 많은 청약자 24만4343명이 모여 평균 경쟁률 809.08대 1을 만들었다. 이어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공공분양 단지 ‘과천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는 평균 718.31대 1, 위례신도시의 ‘위례자이 더 시티’가 평균 617.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수도권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동탄2신도시, 과천 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서울 강일지구, 광교신도시 등 신도시 입지의 아파트이다. 

이들의 공통점으로 이미 크게 오른 주변 기축 단지들, 그리고 시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로 안전마진이 큰 소위 ‘로또’ 분양 단지로 이름을 알렸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 단지는 분양할 때마다 ‘분양고시’라고 할 정도로 수도권 거주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적지 않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자료=청약홈
자료=청약홈

서울에서는 ‘자양 하늘채 베르’가 일반분양 27가구 소규모로 나온 까닭에 367.3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쓸 수 있었다. 규모가 작고 소형면적만(전용 46㎡) 일반분양 되었지만 올해 서울 첫 분양이며 분양가 부담이 덜한 서울 도심 안 입지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또 서울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를 빼놓을 수 없다. 청약가점 만점자가 등장할 정도로 최고 관심을 받은 단지로 224가구 모집에 3만6,116명이 모여 평균 1순위 경쟁률 161.23대 1을 기록했다. 강남권 한강변이라는 입지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흥행몰이를 했다.

수도권 밖으로 눈을 돌리면 비규제지역인 아산과 세종시의 강세가 돋보인다. ‘탕정 삼성트라팰리스’(2009년2월 준공)는 분양전환된 아파트로 124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으로 나와 인기를 끈 사례이다. 청약 당시 4만7925명이 몰려 경쟁률이 386.49대 1에 달했다.

비규제지역 덕을 톡톡히 본 아산 아파트는 또 있다. 아산탕정지구 2-A3블록 ‘탕정역 예미지’는 이달 분양에서 410가구 모집에 13만3361명이 접수해 325.27대 1의 경쟁률을 썼다.

부산에서는 '힐스테이트 대연 센트럴'이 227.26대 1, ‘한화 포레나 부산덕천 2차’가 207.35대 1로 세자리 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종시는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H2블록’, ‘세종자이 더 시티’,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H3블록’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 중 ‘세종자이 더 시티’는 청약자수가 22만843명이나 되어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청약통장을 모은 단지가 되었다.

자료=청약홈
자료=청약홈

올해 분양시장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지방중소도시의 역대급 경쟁률을 들 수 있다. 지방중소도시는 거주 인구가 수도권처럼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최고 청약경쟁률이 나와 부동산 시장을 향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경쟁률 상위 10곳 중 하나로 강원도 원주시 ‘호반써밋 원주역’이 있다. 이 단지의 경쟁률은 평균 88.99대 1로 원주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원주는 2020년 주민등록기준 인구가 35만명을 웃돈다.

이 뿐만이 아니다. 34만명이 넘는 인구를 지닌 경남 진주시에서 '더샵 진주피에르테'는 469가구 모집에 3만6180명이 모여 평균 경쟁률 77.14대 1을 기록했다. 인구가 21만명이 넘는 강원도 강릉시는 10월 분양한 '강릉 교동하늘채 스카이파크'에 2만4925명의 청약자가 몰려 1순위 평균경쟁률이 67.92대 1로 지역내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월에는 전남 군산에서 분양한 ‘더샵 디오션시티 2차’가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인구 26만명 정도의 도시지만 1순위 청약 결과 462가구에 2만7,150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어 평균 58.77대 1의 경쟁률로 지역 내 최고 경쟁률 타이틀을 얻었다.

이처럼 지방 중소도시의 분양시장에 전에 없는 경쟁률이 나오는 이유로 비규제지역 위주, 신규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고 대형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영향이 커 보인다. 특히 고강도 주택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비규제지역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저가아파트 매매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기축의 집값 상승이 지방 중소도시 분양시장까지 영향력이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