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시계가 빨라지면서 은행 등 금융사들이 2022년 종합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막강한 파급력과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 시장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IT기업)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 허문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행보다.

■ 쇼핑·배달부터 중고차 거래까지…은행들 ‘파격 시도’

사진=각사
사진=각사

그동안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은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두고 대규모 조직개편, 인재영입 및 양성, 시스템 개선 등에 집중해 왔으며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와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 전담조직인 '플랫폼QC 유닛'을 신설했다.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역시 ‘디지털콘텐츠센터’를 신설하고, 금융플랫폼본부도 새롭게 만들었다. 빅테크에 대응해 KB플랫폼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으로 ‘디지털신사업본부’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개편해 역할을 재정립했으며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DT혁신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내부 기틀을 구축한 은행·금융지주사들은 본격적으로 전통 금융업에서 벗어나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확장 시도를 표면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자동차금융 통합 플랫폼을 선보였다. 우리금융캐피탈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3개 자회사가 참여한 프로젝트로, 한 번의 조회로 신차대출, 중고차대출, 신용대출, 전환대출 등 금융상품을 통합 제공하고 맞춤형 금융상품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본인 명의의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차량정보, 내차시세, 정기검사일정 등 차량 관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이달 19일 우리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편의점 상품을 주문·배달해주는 ‘My 편의점’을 은행권 최초로 시작했으며, 지난 8월부터는 택배 예약부터 결제까지 원스톱 종합택배플랫폼 ‘My택배’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은 자동차 금융플랫폼 카동과 업무제휴를 맺고 차종·옵션에 따른 견적을 간편하게 산출할 수 있는 ‘신차 견적 서비스’를 지난 10일부터 모바일뱅킹 앱에 탑재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금융은 물론 세제 혜택, 각종 지원금 제도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하나은행은 앞서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중고차 직거래 경매 서비스까지 추가로 선보인 바 있다.

신한은행은 배달음식 주문 플랫폼 앱인 ‘땡겨요’ 출시를 통해 금융권 최초로 배달앱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맹점 입점 수수료와 광고 비용을 받지 않고 중개 수수료도 공공 배달앱 수준인 2%대로 낮춰 빠른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다 확장된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전자문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기존에 종이 우편으로 받던 국민연금 가입내역·건강보험납입내역 등 중요문서들을 전자문서 형태로 받을 수 있게 된다.

■ 2022년 빅테크와 한판승부 예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은행들이 생활밀착형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건 수세에 몰린 빅테크와의 플랫폼 경쟁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함이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금융 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하나둘 장착해 나감으로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고객 유입시키고 비금융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카카오·네이버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2022년은 각사마다 플랫폼 경쟁력 키우기에 전력을 다 쏟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권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화 촉진을 위한 지원사격을 예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2022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은행들이 원활하게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플랫폼사업 등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활용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