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자금줄이 모두 끊길 위기에 처했다. 미국과 서방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축출한 데 이어 가상자산마저 제재대상에 추가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고강도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보유한 가상자산 대한 경제제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제재 방식에는 각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에 러시아 루블로 최초 판매됐거나 러시아 사용자가 요청한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를 요청하는 것과 거래소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올리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자금 루트가 막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장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인 로스 델스톤은 "러시아인들이 가상자산 이외의 다른 통화 사용을 피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이를 실행하고 있다면 거의 모든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경계 대상에 오른 것은 단연 '익명성' 때문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중개자가 없다는 특성을 활용해 비밀스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 자금 세탁을 시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동유럽 지역에서는 범죄에 쓰이는 가상자산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 사이트인 체이널리시스는 범죄 활동과 관련된 가상자산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동유럽권을 꼽았다. 특히 전체 다크넷 시장의 범죄 수익 중 75% 이상이 러시아를 근거지로 둔 다크넷 하이드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러시아는 내부적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된 곳으로 평가된다. 현재 러시아에는 가상자산을 저장하는 온라인 지갑이 약 1200만개 존재하며 금액은 약 239억달러(약 28조8000억원)로 추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러시아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놨다.

포브스의 칼럼니스트 케네스 라포자는 "러시아 정부는 비트코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당국이 수년간 비트코인을 반대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이) 범죄자들에 의해 국가의 돈을 빼내는 방법으로 사용돼 왔다고 믿고 있다. 또한 루블화에 있어 경쟁 대상이라는 인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안정과 국민 복지를 이유로 자국 내에서의 가상자산 사용과 채굴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선택하는 형식으로 서방의 제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델스톤은 "제재를 회피하는 것은 달러로 표시된 자금을 모두 비트코인에 쏟아붓는 것만큼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며 "가상자산을 사용해 무엇이든 구매하려면 달러와 같은 정부 발행 통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근거로 러시아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무역이 미국 달러로 표시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외에 가상자산 전송 시 기록이 남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자금세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델스톤은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에서 추적할 수 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블록체인으로 인해 이러한 자금을 세탁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고민과 별개로 러시아는 점차 고립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미국, 서방 유럽권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러시아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러시아 사용자를 차단하도록 요청했다. 러시아의 자금이 가상자산을 통해 움직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러시아 사용자의 주소 차단을 요청한다"면서 "러시아와 벨로루시 정치인과 관련 주소를 동결시킬 뿐만 아니라 일반 (러시아) 사용자의 주소 차단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