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는 시기가 문제이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높은 상황이다. 이보다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실정이다.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러시아 디폴트, 4월 가능성 높아...16일 달러채권 이자 지급 유예여부 관건

 러시아는 1억1700만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인 오는 16일 첫 고비를 맞게 된다. 이후 이달에만 21일 6563만달러, 28일 1억200만달러, 31일 4억4653만달러 등의 외화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1. 이자 미지급 2 루블화로 지급 3 달러화로 지급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지난 5일 적대적 행위에 가담한 국가에게는 채권을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2번의 경우가 가장 높다.

  자료: BIS, KB증권 / 주: 2021년 3분기 기준 
  자료: BIS, KB증권 / 주: 2021년 3분기 기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채권자 동의없이 루블화로 지급하거나, 동의하더라도 기존 외화가치에 미치지 못한 금액일 경우에는 디폴트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유예기간의 경우 외화채는 15∼30일, 루블화 국채(OFZ)는 10일이 부여될 가능성이 있어 디폴트는 4월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러시아 현지 외국 기업의 국유화‘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생산을 중단하려는 이들에게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외부 경영진을 도입하고 이들 기업을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넘길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 보유 지분이 25%를 초과한 회사가 러시아내 사업을 접으려고 하면 이 회사에 러시아 국책은행 VEB 등 외부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임 것으로 전해졌다. 국유화 대상 기업 명단에는 애플, 폭스바겐, 이케아, MS, IBM, 셸, 맥도날드 등 59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 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 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제2의 LTCM사태' 가능성 적어...러시아의 '몽니'로 전세계 충격 장기화 불가피

 글로벌 금융전문가 일각에선 러시아의 디폴트로 인한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채무 불이행이 제2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1998년 디폴트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였던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보고 결국 파산했다. 이로 인해 당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고점 대비 24%나 급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98년 때와는 다르다"며 "러시아는 1998년에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으나 지금은 돈은 있으나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가도 현재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당시의 10배를 넘고 현재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도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위험 현실화가 예상하지 못한 신용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회수되면 차입거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손실도 유럽 은행과 신흥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러시아의 디폴트 여부보다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투자심리가 신흥국 채권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 불안정한 원자재 시장이 야기할 위험 등의 파급효과 관찰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