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빅테크주들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빅테크 98종목을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지수가 끊없이 추락하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중국의 빅테크 98종목을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지수가 끊없이 추락하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 빅테크기업 98곳을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들래곤지수가 2021년 고점 대비 무려 70%나 급락했는데도 매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사 '미라보&씨'의 존 플라사르 투자책임자는 "지난해 중국 주식을 일제히 정리한 이후 일제 거들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빅테크기업들이 외면받는 직접적 이유는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중국정부가 이를 부인했지만 중국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공급망이 더 악화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도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이날 뉴욕증시에서 중국 대표 빅테크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징둥(JD.com), 알리바바, 바이두는 각각 10.5%, 10.3%, 8.4% 하락 마감했다.

  셋 다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초 대비 알리바바는 27%, 바이두는 20% 각각 떨어진 상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8일 바이지선저우(百濟神州) 등 5개 중국 기업이 외국회사문책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 종목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린 것을 계기로 중국 주식 투매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를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PCACB 감사에 직접 응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이에 미국은 2020년 말 자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급락한 중국 빅테크들이 당장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3년 연속 외국회사문책법을 어기면 뉴욕증시 무더기 퇴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중국 빅테크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풀어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징둥, 알리바바, 핀둬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강등하면서 "높아지는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위협 때문에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중국 인터넷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특정 국가 또는 기업과 연관된 금액)를 줄이는 중"이라며 "알리바바는 단기적인 투매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요 도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봉쇄된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가 전면 봉쇄되면서 애플 공급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선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