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사위원 시인 장재선
사진=심사위원 시인 장재선

<싱어게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를 잘 하지만 이름을 크게 얻지 못한 가수들이 경연을 펼친다. 그걸 볼 때마다 우리 한국인이 노래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걸 절감한다. 올해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 작품들을 읽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어쩌면 이렇게 시를 잘 쓰는가. 아마 살아온 시간의 길이와 더불어 우리말을 부려온 공력의 깊이와 넓이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과 대상 후보로 거론된 작품들을 점검하였으나, 올해 응모요강에서 제시한 미등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합의한 결과 아쉽게도 올해는 대상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았음을 명기한다. 당선작을 고르는 일이 행복하고도 힘든 일이었다. 상상력이 새롭고 은유와 상징 언어의 직조가 튼실하며 그 운율이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정했다. 이번에 뽑히지 않은 분들도 시업에 꾸준히 정진하시길 바란다.

당선작 ‘틈’(노명현 작)은 세상의 소외 지대를 다루고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세 가지 요양보고서>라는 연작 중 하나이다. 감정을 누르고 담담히 풍경을 그렸다. 주제를 넌지시 전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슬며시 해학을 집어넣은 것이 좋다. 활달한 필력으로 언어의 율동감을 한껏 살렸다. 다른 응모작 ‘쓴다’와 ‘쪽지’도 수작이다. 탁월한 재능이 한국 시단을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시 부문 당선작 ‘맵시곱추밤나방’(연지윤 작)은 외국인 이주민의 노동을 포현하고 있다.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오롯이 전달하는 내공이 돋보였다. 여운이 길었다. 시작 공력을 오래 쌓은 것이 역력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신만의 공감각을 전하며 은유의 미학을 펼쳐냈다. 개성을 더 키워서 우리 시문학사에서 독특한 시영토를 차지하는 시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모지랑숟가락’(이경희 작)은 사물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며 운문의 압축미를 최대한 살려내고 있다. 긴 사설이 아니어도 충분히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구를 절제해서 넣은 것이 돋보였다. 그늘진 곳에 대한 시인의 관심은 또 다른 응모작 ‘팽나무 그늘’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공간의 탈도시가 향후 시업에서 장점이 됐으면 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작품을 만들어가기 바란다.

 

[심사위원 시인 장재선]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서정주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국제펜 회원. 문화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