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사위원 수필가 김경식
사진=심사위원 수필가 김경식

문학을 통해 서정적으로 자신의 아픔과 사회적 병리를 치유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의 창작열 뜨겁고 치열했으며 우수했다. 이중에서 5편의 작품들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다.
최종 선정 작품은 안인숙 「비」, 김계월 「운주전자」, 전성희 「비탈에 선 바람코지」, 정옥조 「아름다운 헤어짐」, 박창표 「나의 겨울」 총 5편이다.

안인숙의 수필 「비」는 어머니의 죽음을 비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 치밀하고 정갈하다. 특히 “빗방울이 수면에서 높이 뛰어올라 여러 갈래로 퍼져 왕관 모양을 만들었다. 떨어지는 물방울마다 자매들 얼굴이 맺혔다, 빗방울이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왕관을 만들어 엄마에게 씌어드리려는 것만 같다.”는 표현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국화꽃을 밟으며 본향 꽃밭으로 떠나가시기를 기원하는 모든 자식들의 염원일 것이다.  
시련과 슬픔 속에서 문학을 통한 치유에 쉬운 장르는 수필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음을  안인숙의 수필「비」에서 발견하게 된다. 

김계월의 수필 「운주전자」는 수필이지만 잘 쓰여진 단편소설 같은 작품이다. 
선물 받은 은주전자에 관한 세부묘사가 생동감이 있고, 상상력이 가미되어 읽어내려 갈수록 흥미를 유발한다. 그 은주전자에는 시댁(媤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유품이다. 단순한 선물이 될 수 있는 은주전자를 집안의 가보가 되는 과정 등을 잘 표현했다.
선물의 기억을 소중하게 형상화 한 이 작품은 유사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성희의 수필 「비탈에 선 바람코지」 는 지독하게 가난했던 유년의 가난을 오히려 현실을 긍정의 미학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가난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잊지 않기에 비굴하거나 창피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희망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수필이 도달 할 수 있는 감동은 그 솔직성에 기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단합하면서 정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 이 작품이 가슴을 흔들게 감동을 주는 이유다.

정옥조의 수필 「아름다운 헤어짐」 은 드라마의 감동과 현실에서 동일한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티브를 잔잔하면서도 치밀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 감동을 준다.
드라마에서 본 비극적이며, 슬픈 죽음의 장면 등이 자신의 친구와 주변 식구들 뿐만 아니라 모두의 실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실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로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생을 오히려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박창표의  수필 「나의 겨울」 은 누나의 죽음을 통해 겨울의 의미를 아름답고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과정 등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에게 겨울이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것은 누나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새해에 누님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눈과 장갑 같은 사물에서 누님과의 추억을 반추하는 다양한 서정적 표현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마치 수필의 솔직성과 소설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표현들이 어우러져
수필문학의 정수를 보는 듯하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이제 그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문학을 통한 치유는 행운입니다. 문학의 다양한 장르 중에 단연 수필은 카타르시스의 정수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시니어신춘문예에 응모한 분들께 감사드리며, 수상하시는 분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심사위원 수필가 김경식]

김경식 1960년생 수필가, 시인
사)국제펜한국본부 사무총장
문체부 문학진흥정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고서연구회 회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학부문심의위원장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집행위원

저서
서울문학답사기외 7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