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진출 확대를 선언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플랫폼을 걸고 유럽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두 기업 모두 유럽 웹툰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프랑스'를 낙점하고 현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올해 상반기 내 프랑스에 유럽 총괄 법인 '웹툰EU(가칭)'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 

카카오픽코마의 디지털만화 플랫폼 '픽코마' 역시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글로벌 웹툰 플랫폼 시장 선점을 위한 양사의 패권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네이버웹툰은 북미 시장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일본 시장에선 픽코마에 밀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일본에선 라인망가보다 3년 늦게 진출한 픽코마에 2020년 7월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 자리를 뺏기면서 한 차례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다만 글로벌 지표에서는 양사 모두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사상 최대치인 8200만명을 기록했으며, 월간 거래액 역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픽코마는 올해 1월 월간 거래액 776억원을 달성,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울러 전 세계 만화앱 매출에서도 2020년 7월 기준 1위에 오른 후 현재까지 선두를 지키고 있다.

향후 격전지는 유럽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프랑스'로 향한다. 카카오는 해당 국가권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김범수 창업주가 글로벌 공략의 핵심 키로 픽코마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선 향후 네이버웹툰과의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네카오의 공통 행선지 '프랑스', 이유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유럽 공략의 첫 행선지로 프랑스를 낙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프랑스가 주류 만화 시장이라는 점이 주 배경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만화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에서 총 5310만 부의 만화책이 판매됐다. 이는 2016년에 비해 9%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 규모는 6%가 증가한 5억9100만 유로를 기록하며 2016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프랑스의 웹툰 시장은 현재 초기 단계에 위치해 있다. 웹툰의 상위 카테고리로 분류된 프랑스의 전자만화책 시장은 2020년 1월 기준 전체 만화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대체로 종이만화를 선호하지만, 웹툰 플랫폼이 속속 들어오는 추세다. 현재 프랑스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으로는 최근 합류한 카카오의 픽코마를 포함해 델리툰, 이즈네오, 웹툰팩토리, 웹툰 라인, 베리툰 등이 있다.

웹툰 플랫폼 진입이 늘어난 배경에는 팬데믹 여파로 오프라인 출판 시장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만화백서'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 출판사들의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0%에서 최대 30%가량 하락했다. 당시 강제적 봉쇄 조치가 시행된 것이 매출 하락의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디지털 만화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콘진원은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최초 웹툰 플랫폼인 델리툰의 트래픽과 유저 수가 대거 늘어나는 등 웹툰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주류였던 웹툰이 수혜를 입은 셈이다.

향후 웹툰 플랫폼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 기기 보급 확산에 따라 1020세대를 중심으로 뉴미디어를 향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유럽 내 가장 큰 만화 시장인 프랑스에서 한국 웹툰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잠재적인 웹툰 구독자까지 감안하면, 현재 구독자 수의 세 배 이상을 모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네이버웹툰
사진=네이버웹툰

■주요 거점 확보한 네이버웹툰, 콘텐츠 라인업 대폭 강화 예고 

북미에 본사를 둔 네이버웹툰은 현재 한국, 일본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법인이 신설될 경우, 주요 시장의 모든 사업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거점 추가는 유럽 현지 이용자들에게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은 유럽 총괄 법인 설립 후 연재 작품 수를 더욱 확대하고 현지 창작자 발굴도 강화해 웹툰 생태계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앞서 네이버웹툰은 2019년부터 이미 유럽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2019년 플랫폼 ‘웹툰’의 프랑스어, 스페인어 버전을 선보였으며 2021년에는 독일어 서비스를 추가했다.

실제 성과도 내는 중이다. 2019년 진출 당시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디지털 만화 전문팀을 꾸렸고 SNS 홍보를 통해 청소년 층을 적극 공략, 2020년 5월 기준 프랑스 라인 웹툰 계정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세로 네이버웹툰 플랫폼 '웹툰'도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data.ai(구 앱애니)에 따르면 웹툰 프랑스어 서비스는 올해 2월 기준 프랑스 양대 마켓에서 웹툰·만화 앱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매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웹툰은 향후 콘텐츠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올해 프랑스어 플랫폼에 약 200개, 독일어 플랫폼에 100여개 작품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현지 작가들의 작품 이외에도 검증된 한국 웹툰과 미국, 일본 작품들까지 추가해 장르의 다양성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현지 창작자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힘쓴다. 먼저 오는 7월 프랑스 내에서 세 번째 웹툰 공모전을 진행한다. 아울러 독일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현지 작가 등용문 시스템인 '캔버스(CANVAS)'를 가동해 현지 창작자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카카오픽코마
사진=카카오픽코마

■후발주자인 카카오, '일본망가' 적극 활용··· 현지 이용자 성향 반영한다

카카오는 유럽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지만, 그동안 내실을 충실히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카카오픽코마는 카카오재팬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져왔다. 

일본의 성공 DNA를 유럽에 심기 위해 작년 9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김형래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유럽 내 첫 디지털만화플랫폼 델리툰SAS에서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하며 현지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픽코마는 김 대표의 지휘 아래 현지 문화, 콘텐츠 이용방식, 라이프스타일 등 분석을 기반으로 현지에 최적화된 플랫폼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픽코마는 일본망가와 한국 웹툰을 동시에 서비스해 현지 이용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용자가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다리면 무료' BM(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 만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망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픽코마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프랑스의 전체 만화 시장 매출의 42%가 일본망가의 판매에서 비롯됐다. 2020년에는 프랑스 만화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도 일본의 대표 만화인 '나루토'가 차지했다.

픽코마는 카카오의 비전과 맞물려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을 뜻하는 '비욘드 코리아'를 실현할 핵심 툴로 '픽코마'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김범수 창업주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으로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