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신임 회장. / 사진제공=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신임 회장. / 사진제공=하나금융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10년 만에 수장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하나금융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포함해 주총에 상정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달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당시 회추위는 “함영주 회장 후보는 하나금융그룹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 경영성과를 내었고, 조직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줬다”며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 선임안이 가결됨에 따라 새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 함 신임 회장은 앞으로 3년간 하나금융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지난 2012년 취임 후 4연임에 성공하며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세웠던 김정태 전 회장은 이날부로 임기가 종료됐다.

말단 은행원으로 시작해 은행권 최고 수장 자리까지 오른 함 회장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고졸 신화’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1980년 고졸 일반행원으로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에 오르게 된 함 회장은 조직의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은 2016년 3월부터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했다. 이후 2019년 하나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이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만 수행해왔다.

함 회장은 그동안 김 전 회장과 손발을 맞춰 그룹의 성장을 전면에서 이끌어 온 만큼 금융권 안팎으로 일찌감치 김 전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에 당초 이날 열리는 주총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된 함 회장 선임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다만 주총을 코 앞에 두고 최근 함 회장을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관련 재판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다시 부각된 ‘사법 리스크’ 악재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함 회장은 지난 11일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1심 무죄 선고를 받았으며, 지난 14일 금융위의 중징계 ‘문책경고’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1심에서는 패소했다.

기대와 달리 함 회장이 사법 리스크 부담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면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일제히 함 회장 선임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을 결정하면서 함 회장 선임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 지분 9.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편 지난 24일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이날 KB·우리·하나금융까지 4대 금융지주의 주총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KB금융 주총의 뜨거운 감자였던 민간금융사 최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는 다섯 번째 고배를 마셨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 이외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노조 측이 추천한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률 5.60%로 부결된 반면 KB금융 측에서 추천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99.16%의 찬성률로 새 사외이사 선임됐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주총에 상정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번 주총을 통해 우리금융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신임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송수영 변호사가 신임 사외이사로 합류하게 되면서 지주 출범 이후 첫 여성 사외이사가 탄생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가 총 2명으로 확대됐다.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는 이윤재 사외이사가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