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막혔던 은행권 대출이 다시 풀리고 있지만 가파른 금리 오름세에 가계 이자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고정형(혼합형) 금리 상단이 6%대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연내 7%대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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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담대 금리 9개월 연속 오름세…고정형 상단 6% ‘터치’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8%로, 전월(3.85%)보다 0.03%포인트(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3월 3.97%를 기록한 이후 8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6월을 시작으로 9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다. 이에 그 사이 2.74%에서 3.88%로 1.14%p나 금리가 뛰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 2월 신용대출 금리는 5.33%로, 한 달 전(5.28%)보다 0.05%p 올라 2014년 8월(5.38%)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3.91%)보다 0.02%p 오른 3.93%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7월(3.93%)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지난해 5월 2.89%에 불과했던 가계대출 금리는 8월 3.10%를 기록하며 3%대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른 배경에는 코픽스, CD(양도성예금증서), 은행채 등 장단기 지표금리 상승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출 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시중은행 고정형 주담대의 경우 상단 금리가 연 6%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날 기준 우리은행의 주담대 상품인 ‘우리아파트론’ 고정형 금리는 4.19~6.10%로 집계됐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6%대를 터치한 건 약 10여 년 만에 일이다.

■ 은행 대출 빗장 풀리는데…대출자 한숨 ‘여전’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규제 방침에 따라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렸던 은행들은 최근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는 추세다.

이달 21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전세대출 한도와 신청기간, 비대면 제한 등 이른바 ‘전세대출 규제 3종 세트’로 불리던 대출 조건들을 모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로 제한했던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한도도 은행에 따라 최대 3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는 건 금리 인상 및 부동산·주식 시장 침체 영향으로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데다 새 정부가 총량관리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올해 이자이익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선제적으로 ‘대출 조이기 모드’에서 ‘대출 늘리기 모드’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출 규제가 완화 돼도 이전처럼 대출 받는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대출 금리에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미 연준이 연내 6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떤 쪽을 선택해야 유리할지를 두고 실수요자의 셈법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