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는 무엇보다 배송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이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유통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경우 직접 물건을 보고, 만져볼 수 있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 같은 경험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에 있어서 배송은 이런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된다. 정확한 시간에 맞춰 확실하게 물건을 전달해주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마켓컬리
사진=마켓컬리

이처럼 배송이 온라인 유통의 핵심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최근 롯데온과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각각 롯데와 BGF리테일이라는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운영한다.

헬로네이처는 지난 15일 “새벽배송 사업을 다음 달 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새벽배송 서비스를 대전 등 중부권으로 넓힌다고 밝힌지 4개월 만에 사업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기존 역량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 B2B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고 잘하는 사업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무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BGF리테일 측은 새벽배송 시장의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지적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고비용 구조를 가진 새벽배송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롯데온도 2020년 5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8일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 회사는 "새벽배송 보다 2시간 내 바로배송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시장에서 물러났다.

롯데온 로고
롯데온 로고

새벽배송 철수에 대해 양사는 각각의 이유를 들었지만 '새벽배송 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공통의 이유도 존재했다.

실제 새벽배송은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이 낮다. 취급 상품이 신선식품이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체들은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산지에서 고객에게 배송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Cold Chain)'을 도입했다.

콜드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류센터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SSG의 자동화물류센터인 네오(NE.O)의 경우 한 동 짓는데 1500억원이 소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포장상자나 아이스팩 등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타 비용과 고객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크게 들어가며, 상품분류·포장·상하차·배송 등의 모든 물류 과정이 야간~새벽 시간에 이뤄져 인건비도 일반적인 상온배송보다 많이 발생한다. 

이렇듯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시장 규모는 작다. 한 증권사 추정치에 따르면 2021년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음식 배달서비스를 제외한 지난해 온라인 식·음료 거래액이 24조8568억원(통계청)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20%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경쟁자는 또 많다.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대표적으로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을 꼽을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파이는 한정적인데 경쟁자들끼리 서로 소비자에게 잘보이겠다고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내 새벽배송 시장 상황이다. 

당연히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마켓컬리는 적자가 2177억원에 달했다. SSG닷컴도 영업손실이 1079억원이다. 그나마 오아시스마켓이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사진=헬로네이처
사진=헬로네이처

그렇다면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남아있는 업체들이 현명하지 못한 것일까?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새벽배송 시장 성장 규모가 올해 약 9조원, 2023년엔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식품 성장세는 매년 10% 수준인 반면, 새벽배송 시장 성장세는 매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그랬듯 지금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점유율을 확보하기만 한다면 향후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트 코로나가 가까워지면서 새벽배송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금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또 적자를 감수하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의 주요 고객층을 살펴보면 30대 여성, 특히 사회생활과 집안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커리어우먼 고객층이 압도적이다"라며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더라도 새벽배송의 편의성을 알고 있는 이들은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지마켓 '스마일배송' 홈페이지 캡처
사진=지마켓 '스마일배송' 홈페이지 캡처

새벽배송의 성장성이 유효하다면 롯데온과 헬로네이처는 어째서 새벽배송 시장을 떠났을까. 이에 대해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그저 시장에서 도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온과 헬로네이처가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SSG닷컴의 경우 재사용 보냉가방 알비백을 통해 새벽배송 업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또 지마켓글로벌(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것에 성공했다.

마켓컬리의 경우 최초의 새벽배송업체라는 상징성과 함께 큐레이션을 통해 강남엄마들이 이용하는 프리미엄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것들 외에도 소비자들은 쓱닷컴을 생각하면 공유·공효진 배우의 광고를 떠올릴 것이고, 마켓컬리는 전지현 배우를 떠올릴 것"이라며 "반면 롯데온과 헬로네이처는 무엇이 있나.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결국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 등을 만드는 것에 실패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잊혀졌기 때문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