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존의 틀을 깬 오프라인 점포 운영 방식을 속속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기반의 무인점포를 늘리거나 편의점 등 유통사 혹은 다른 업종의 금융사와 손잡고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경쟁사인 두 은행이 한 공간에 들어서는 사례도 나왔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에 따라 은행권 점포 통·폐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점포 효율성은 높이면서도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한 실험적 과정으로 풀이된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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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붙이고 타사와 합치고…은행 점포의 무한 변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마트 노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지난 2일 디지털 제휴점포인 KB디지털뱅크 1호점을 열었다. 이번에 개점한 NB강남터미널점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역사 내 위치해 있으며 ‘도심 속 휴식을 콘셉트로 캠핑카 형태의 부스로 설치됐다.

지능형 자동화기기인 STM과 화상상담전용창구 등을 통해 입출금, 체크카드 및 보안매체 발급 등의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통장개설, 적금·예금 신규, 신용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도 제공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달 GS리테일과 협업을 통해 금융권 최초로 슈퍼마켓 혁신점포를 오픈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건국대 상권 중심에 있는 서울 광진구 소재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이 첫 선택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해당 점포 내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데스크를 운영하는 한편 예금 신규 등의 간단한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는 기기인 스마트키오스크도 설치했다.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하는 고객은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대출· 펀드· 신탁· 퇴직연금 등의 업무 처리도 가능하다.

사진제공=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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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인 신한은행과 유통사인 GS레테일의 점포 결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한은행과 GS리테일 측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편의점 혁신점포도 오픈한 바 있다.

특히 국내 전역에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은행들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혁신 채널을 구축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떠오른다.

이에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함께 서울 송파구 소재 CU마천파크점에 편의점 점포를 열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11일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과 올해 2분기 내 금융특화점포 개점을 목표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종 산업과의 점포 결합은 물론이고 경쟁 관계인 은행 간의 ‘적과의 동침’까지 불사하는 파격 시도도 이어진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를 열었다. 50여평 규모의 영업공간을 절반으로 나눠 각각 직원 각 2명씩을 배치해 총 4명이 근무하게 되는 구조다.

사진제공=하나·우리은행
사진제공=하나·우리은행

이보다 한발 앞선 지난 3월 말 하나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손잡고 점포망 공동이용 서비스를 개시하긴 했지만 이는 하나은행 점포를 이용해 산업은행 고객들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자칫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품 판매 등의 영업 활동은 자제하고 소액 입출금 등 단순 수신업무 위주로 공동점포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리딩뱅크 다툼을 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연내 경북 영주시 등에 공동점포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 1년새 300개 이상 사라지는데…금융소외 해법 찾기 ‘난제’

은행 점포 형태가 전통적인 틀을 깨고 다변화하고 있는 건 대규모 점포 정리 과정에서 파생되는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은행들의 해법 찾기 움직임의 일환이다.

금융환경이 비대면·디지털 거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은행 점포는 비싼 임대료와 높은 인건비로 수익성을 축내는 ‘비효율’의 상징이 돼 가고 있다. 이에 건물 1층 대신 2층에 지점을 내거나 공간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효율화 추구하던 은행들은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점포 수 줄이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 수는 6094곳으로, 1년 새 311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20개 점포가 신설됐고, 기존 331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만 해도 감소 규모가 23개, 57개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 304개로 뛴 뒤 2년 연속 300개 이상의 은행 점포가 줄었다. 이에 최근 2년간 사라진 은행 점포 수는 총 615개에 달한다.

이에 점포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고객 불편 최소화 및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보호를 위한 대안을 강구하는 일이 해결하기 까다로운 과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복합점포 및 공동점포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에 있다.

최근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금융위원회, 우정사업본부가 함께 전국 우체국 창구를 이용하는 논의도 한창이다. 이에 이르면 연내 우체국에서 입출금·송금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영업점 위주로 통폐합을 단행하게 된 것”이라며 “점포 축소에 따른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당분간 고객 반응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차츰 개선 방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