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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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무섭게 뛰고 있는 가계대출 금리가 대출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바짝 다가서며 약 1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선 미국발(發) 긴축 여파에 떠밀려 8%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 주담대 고정형 상단 금리 7% 턱밑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 범위는 연 4.28~6.61%,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금리는 3.42~5.08%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혼합형 금리의 경우 지난해 말과 3.60~4.9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4개월 사이 금리 상단이 1.63%포인트(p)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4.28~5.78%, 신한은행 4.59~5.42%, 하나은행 4.769~6.069%, 우리은행 4.70~6.61% 수준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대를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주담대 최고금리가 7%대에 진입하게 되는 건 무려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앞서 지난 3월 말 6%대를 돌파한 이후에도 여전히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건 기준금리 상승, 미국의 긴축 움직임 등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 또한 오름세다.

최근 일부 은행들은 주담대 등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부동산·주식 시장 침체 영향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다만 그동안 상승 폭이 워낙 컸던데다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대출자들이 체감 효과를 느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미국 빅스텝에…“연말까지 오를 일만 남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점점 더 커질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접어들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연내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8%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6월과 7월에도 추가로 0.5%p씩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영향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빅스텝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만 하는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폭을 키우고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p씩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를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1.25%로 되돌려 놓은 바 있다.

이후 4%대를 넘는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에 시장 예상보다 빠른 지난달 14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종전 연 1.25%에서 1.50%로 추가 인상했다.

당초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연 2.0%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한 가운데 이를 넘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이 이달을 포함해 연내 네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림으로써 올해 말에는 2.5%, 내년 초 최종 2.75%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연내 주담대 최고금리가 7%를 넘어 8%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금리 상단 수준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