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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테라·루나의 '공포의 소용돌이'가 게임업계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최근 대폭락으로 코인 시장을 강타하자 게임사 토큰 역시 급락하는 등 향후 P2E·NFT 게임 흥행에도 비관적인 전망이 실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라·루나 파동이 일어난 9일을 기점으로 게임사 토큰은 일제히 크게 하락했다.

위메이드의 토큰인 '위믹스(WEMIX)'는 9~12일 사이 37%(2.27달러→1.44달러) 하락했고, 넷마블 토큰 '마브렉스(MBX)' 역시 60%(21.12달러→8.54달러) 급락했다. 

같은 기간 네오위즈 토큰인 '네오핀(NPT)'의 가격은 49%(4.59달러→2.33달러) 떨어졌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메타보라가 운영하는 '보라(BORA)' 코인도 0.53달러에서 0.27달러로 추락했다.

특히 테라와 연관성이 깊은 컴투스의 타격이 가장 컸다. 컴투스 토큰인 'C2X'의 가격은 3일 만에 4분의 1 수준(2.03달러→0.5달러)으로 주저 앉았다.

현재 게임사 토큰들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의미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는 오전 11시 35분 기준 0.33%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MBX는 1.57%, NPT는 3.14% 상승했으나 보라코인과 C2X는 각각 0.26%, 3.55% 하락하는 중이다.

■ 블록체인 속도 낸 게임사, 1Q 실적 일제히 '하락' ··· P2E 흥행 우려도 나와 

이번 테라 사태로 게임사의 P2E·NFT 사업에 대한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인의 급락으로 향후 P2E 게임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인 P2E 특성상 토큰의 가치하락이 지속될 경우, P2E 게임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인 P2E 게임의 역할은 기존 게임성에 또 다른 재미를 부가시킨다는 개념에 있지만, 기축 토큰의 가치가 떨어지면 사실상 게임의 매력도 또한 줄어든다는 단점도 존재한다"며 "토큰의 지속된 가치하락으로 인해 게임사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P2E 게임은 외부변인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테라 후폭풍이 오래 갈 것"이라며 "큰 기업들은 (P2E를) 모멘텀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했다면 중소 게임사들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업종을 전환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게임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아직 P2E 게임을 출시하지 않은 엔씨소프트는 3N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달성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주력작의 견조한 성과에 힘입어 성장세를 잇는데 성공했다.

다만 P2E 게임에 공을 들인 게임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블록체인 사업의 선두주자인 위메이드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했다. 해당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넷마블 역시 순손실 518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C2X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게임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로는 P2E 게임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블록체인 등 신사업 투자 비용 증대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컴투스 관계자는 영업익 감소와 관련해 "사업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확충과 콘텐츠 밸류체인 구축에 따른 다각도의 투자로 인해 연결 실적 상의 일시적 이익 감소"라고 설명했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1분기에는 관계 기업 투자이익 감소와 신사업 추진 투자비용이 증가해 실적이 둔화됐다"며 "2분기부터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들을 활발하게 출시하고, C2X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해 실적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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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포의 중심에 선 컴투스 "자체 메인넷 구축··· P2E 출시 계획 변동 없어"

특히 테라와 기술적 제휴로 C2X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을 준비했던 컴투스 그룹은 이번 사태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감안해 컴투스는 테라 생태계를 떠나 자체 메인넷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컴투스는 지난 13일 공지를 통해 "당사는 메인넷을 다른 메인넷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며 신속히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주시하고 있다. 어느 메인넷으로 선택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C2X 재단 쪽에서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토큰의 가치 부양을 위한 방법에 대해선 "안정적인 시세 변동 측면을 고려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P2E 게임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과 관련해선 "테라와는 기술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조언자로서 도움을 받았을 뿐, 현재 P2E 게임 개발과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원래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계획에도 증권가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테라·루나 사태로 컴투스·컴투스 홀딩스 주가가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각 기준 컴투스 주가는 4.30% 하락, 컴투스홀딩스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이에 대신증권은 컴투스의 목표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컴투스의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10%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부여했으나 최근 C2X의 메인넷인 테라 이슈, 블록체인 게임 출시 지연 등을 고려해 프리미엄을 제거한다"며 "향후 블록체인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프리미엄 부여가 다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학계에선 현행법상 P2E게임의 국내 출시가 불가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게임사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현 사행성 개념을 재정립 해야하며 하루빨리 제도권 안착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수익모델 다각화 측면에서 P2E는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맞다. P2E를 과거 바다이야기 사행성 개념으로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정부는 블록체인이나 P2E 기술들이 시장 내외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제도권에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사 입장에서도 단기성 투자의 경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탄탄하게 운영을 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