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적절한 보완조치없이 나이만을 따진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 판결로 인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정년연장과 업무강도 완화,근로시간단축 등을 대부분의 기업들이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노동자들의 소송이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한국전력거래소 직원 3명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삭감된 임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2016년부터 일반직 직원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전문위원 등 별정직 직원의 정년을 56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직원들은 이에대해 소송을 제기하자 재판부는 원고들이 불이익을 입었다고 볼수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노조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점도 합법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앞서 인천지법도 올해초 인천환경공단 전·현직 직원 80명이 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도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인천환경공단은 노사 합의로 2016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제도시행 3년만인 2018년 직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한 것은 무효”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고용부 “대법판결은 이례적 사건으로 제한적 영향”

이에대해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이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금지하는 연령차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공사 전·현직 직원 12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도 법원은 공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보수규정을 두고 있어 전체 직원이 임금피크제 관련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주체가 된다”며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동의했기 때문에 노사합의상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결 흐름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본 것이 아니라, 이례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들 대부분이 정년 연장 또는 근로시간단축 등 합리적 조건 아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어 ‘대법원의 무효판결’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대법원의 파결로 인한 파장이 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하거나 단협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라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에 따라 도입된 임금체계의 한 형태이지만 연령에 따른 차별 논란도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산업현장의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임금체계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