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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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선진국을 위시해 한국·태국, 그리고 어쩌면 중국 등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일부 신흥국에게 있어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의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전에 활용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게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들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국의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신흥국만의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찾기 쉽지 않으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며 “오늘 이 자리는 양적완화가 기간프리미엄 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신흥국의 경우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이나 자본통제 등의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올해 컨퍼런스 주제인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최근의 경제여건 하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주요 논제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혁신이나 기후변화 대응의 관점에서 앞으로 이를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팬데믹의 충격과 그로부터의 회복이 계층별·부문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어 중앙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 속에 중앙은행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 한다 하더라도, 소득 양극화와 부문간 비대칭적 경제충격의 문제들을 과연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앙은행은 진화하는 생물체와도 같은 존재”라며 “300년이 넘게 중앙은행이 걸어온 역사는 바로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었으며 중앙은행의 책무에 대한 해석과 이를 달성하는 방식이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