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최근 일련의 사태로 피해가 엄청나다. 보유 코인도 거의 다 잃었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의 '도화선'이 된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 개발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권도형 테라 폼 랩스 대표가 자신도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22일(현지시간) 주장했다.
권 대표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루나(LUNC) 코인 가격이 100달러에 근접했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신이 억만장자(billionare)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계산해본 적이 없다(never really counted)"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거의 모든 보유 재산을 잃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은 데다 상당히 검소하게 산다"(This doesn't bother me. I live a fairly frugal life)고 강조했다.
WSJ는 테러 가격이 폭락한 이후 한국에서만 9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권 씨를 "사기꾼"(fraud)으로, 불법 펀드 모금책(illegal fundraising)으로 비난한 후 자신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테라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를 대리해 한 로펌이 그를 고발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테러 투자 손실은 400억달러(52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권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가상화폐 업계 저명인사들과 UST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보다 훨씬 강한 것(가상화폐)을 다시 선보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UST의 회복력과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UST를 위해 자신 있게 베팅(bets)하고 발언(statements)했다"면서 "베팅에서는 졌지만, 나는 100% 언행일치(my actions 100% match my words)를 했다. 실패(failing)와 사기(running a fraud)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계의 떠오르는 거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1개당 1달러로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한 UST와 UST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만든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비난에 휩싸였다.
WSJ에 따르면 그는 '루나 2.0'(LUNA) 코인을 내놓으며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꿈꿨지만, 이 코인도 가격이 폭락하면서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도 이와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루나 2.0이 루나와 UST를 대량 보유한 '고래'(코인을 대량 보유한 큰손)들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권 대표의 탈세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그가 UST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테라폼 랩스 측은 루나 가격 방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30억달러(약 3조8550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는 입장이지만, 그 행방에 대한 의혹도 여전하다고 연합뉴스는 덧붙였다.
권 대표는 WSJ에 지난해 UST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한 글에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I dont't debate the poor on Twitter"고 답변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그는 "내가 과거에 했던 일부 발언들에 대해 후회하냐는 말인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일들로 황폐화됐다(devastated)"면서 "영향을 받은 모든 가족들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UST 폭락 사태 이후 신변 위협 우려 등으로 권 대표의 소재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대신 간혹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혀오다 이번에 WSJ와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