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열차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선로 위에 있다. 철도 노조는 철도 노동자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7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EPA=연합뉴스]
화물 열차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선로 위에 있다. 철도 노조는 철도 노동자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7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EPA=연합뉴스]

40년 만에 두 자릿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정권 재창출에 비상등이 켜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다시 한번 악재가 터졌다.

임금인상이 핵심인 새 근로계약을 놓고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 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 CSX 등 미국의 주요 화물열차 운영사들과 철도 노조 간의 협상이 결렬된 후 노조가 이르면 17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돌입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가뜩이나 극심한 공급망 혼란이 가중돼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뉴욕타임스(NYT), ABC 뉴스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노사 양측이 타결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파업이 현실화하면 지난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철도 파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티 월시 미 노동부장관[블룸버그 캡처]
마티 월시 미 노동부장관[블룸버그 캡처]

마티 월시 노동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잇따라 운영사들과 노조 대표 등과 잇따라 만나 파업 시 미국 경제와 물류망을 마비(cripple)시킬 수 있다면서, 합의안 도출에 힘써줄 것을 설득 중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철도는 미국 내 화물 운송 담당 비율은 26.9%로 트럭(45.4%)에 이어 두 번째인 점을 고려할 때 파업 시 큰 충격파가 우려된다는 게 중론이다. 

외신은 이번 파업이 현실화하면 12만5000 명가량의 철도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하루에 장기 노선 화물열차 7000대가 멈춰 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미철도협회(AAR)는 철도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하루 평균 20억달러(2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미국 철도[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철도[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3조달러(3경2083조원)였고, 이를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630억달러(88조원)다.

두 번째 운송 수단인 철도 화물의 절반가량은 소비자들에게로 가는 최종재이고, 나머지 절반은 석탄, 자동차 부품, 농산물 등과 같은 원자재나 중량 화물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미국 물가상승을 주도했고, 상품 가격이 서비스에 비교해 그나마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도 파업은 미국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슈퍼마켓 장면[로이터 캡처]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슈퍼마켓 장면[로이터 캡처]

국제경제 정보조사전문사인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 소속 로벨라 파루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대안 마련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철도 파업이 이뤄지면 공급망이 다시 한번 마비될 우려가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 상품 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다시 판매와 제조업체 조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가격에도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월별 추이. 자료=미노동부통계국 블룸버그
  미국의 소비자물가 월별 추이. 자료=미노동부통계국 블룸버그

WSJ는 특히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8.3%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철도 파업이 이뤄지면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가장 안도할 수 있었던 분야"였다며 철도 파업으로 사정이 바뀌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특히 철도가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컨테이너 쌓인 LA항[AFP=연합뉴스]
컨테이너 쌓인 LA항[AFP=연합뉴스]

컨테이너선이 아시아와 미주 간 화물을 실어나르면 기차가 이 화물을 내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상품을 컨테이너선이 미국 항구에 내려놓으면 기차가 이 상품들을 시카고나 캔자스와 같은 내륙 교통 허브로 운반한다.

또 반대로 기차가 여기서 옥수수, 밀 등 미국산 곡물을 실어 항구로 나르면 컨테이너선이 이 곡물들을 아시아로 운송하는 식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철도 운송의 대안으로 트럭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트럭으로 대체가 여의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트럭과 트럭 운전자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철도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기존 철도가 담당한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전미철도공사(암트랙) 소속 열차의 운행 장면[게티이미지 제공]
미국 전미철도공사(암트랙) 소속 열차의 운행 장면[게티이미지 제공]

WSJ은 철도 파업으로 여객철도 서비스도 차질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객 철도가 화물운송 철도회사가 소유·관리하는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미 여객철도공사인 암트랙(Amtrak)은 이런 점을 고려해 이미 대륙횡단철도 노선의 운행을 잠정 중단하기도 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외신은 또 철도 파업에 따른 파국을 막지 못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물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고지 점령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 사진]

<참고 원문: https://www.wsj.com/articles/possible-rail-stoppage-could-fuel-more-inflation-11663179267?mod=hp_lead_pos1

https://www.bloomberg.com/news/newsletters/2022-09-12/supply-chain-latest-us-railroad-strike-threatens-supply-chain-recovery

https://abcnews.go.com/Business/looming-railroad-strike-cripple-us-economy-transportation/story?id=89587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