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재고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 재고가 대외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분위기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동기비)이 18.0%를 기록해 분기별 수치로는 지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료=대한상의.
자료=대한상의.

기업 규모별로는 작년 2분기 대기업의 재고지수 증감률이 -6.4%에서 올해 2분기에는 22.0%로 치솟았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1.2%(’21년 2분기)에서 7.0%로(’22년 2분기)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2분기 61조 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 1030억원으로 증가해 중소기업 재고자산의 증가분(7조 4370억원→9조 5010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제조업 전체로는 작년 2분기 대비 올해 2분기 재고자산이 39.7% 증가했으며, 세부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재고자산 물량이 가장 많은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경우 전체 제조업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분기 24.7%에서 올해 2분기 27.9%로 비중이 확대됐다.

이처럼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특수 대응 차원에서 공급을 늘렸고, △국제유가·원자재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원자재를 초과 확보해 제품 생산에 투입한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제품 출하가 늦어진 것이 기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생산지수와 출하지수는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출하의 감소폭이 생산 감소폭보다 더 커 생산-출하간 디커플링(격차)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판매(출하)가 줄어들면 제품이 쌓이고(재고), 기업들이 이에 맞춰 생산을 감소시켜 생산-출하가 비슷한 추세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최근의 생산지수-출하지수 디커플링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2분기 말부터 기업들이 일부 생산을 조절하고 있으나 재고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게 되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과 신규 시설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상당수 기업은 올해 채용 및 시설투자를 재검토하거나 보류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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