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사진=현대차 제공]

'Made In America(미국 내 생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 말 한다미에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산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이들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보조금 규제가 핵심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와 과학법’ 등의 파괴력에 따라 현지 수출 경쟁력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때문에 전기차 등 산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거 글로벌 다자 통상 체제 전환을 위한 국제 협상이어던 '우르과이라운드'와 비교하며, '한국경제를 송두리째 집어삼킬 수 있는 괴물'이라는 공포증마저 감지된다. 이들 산업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미래 먹거리로써도 상징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서 여렵지 않게 유출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는 물론 최근에는 반도체와 바이오까지 미국 자국우선주의 행보를 질주 중이다. 그는 지난 12일(미국 시간), '바이오 국내 제조'가 골자인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 일환으로 전기차에 이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까지도 'Made In America'를 추진 중이다. 이는 모두 현재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이는 수출 등에서 국내 산업계에 직격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먼저, 피상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살 경우 중고차는 최대 4000 달러, 신차는 최대 7500 달러까지 세액공제를 주는 조치다. 이 대목에서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로 떠오른 현대차·기아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산술적으로 약 1000만원 가량의 데미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아이오닉5이나 기아의 EV6 등 국내에선 생산된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통해 현재 글로벌 완성차 반열에 올라선 이후 전기차 관련 선제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미국 내 2위 업체가 된지 얼마 안 된 현대차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직까지 고가가 많은 전기차 판매에서 보조금 정책의 수혜는 판매 등에 큰 베네핏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물론 전기차, 수소차 등의 글로벌 격전장인 미국 시장은 현대차에게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시장이라는 점에서 큰 허들이 아닐 수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달 23일 긴급 미국 출장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미국은 IPA에서 전기차의 현지 생산(완성 및 조립)차로 한정했다.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9%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현재 앨러버마 등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기존 생산라인 증설과 신설 등을 통해 IRA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미국은 IRA를 시행하면서 배터리 등도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거나,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채굴, 가공된 것 ▲현지에서 리사이클링 된 핵심 광물을 일정량 사용 등을 명시했다. 현대차는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도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 역시 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 건설 등을 추진 중이지만, 한계는 있어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칩4'에 이어 ‘반도체와 과학법’을 꺼내들었다. 반도체 과학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반도체 촉진법’이다. 그 기간 만 10년이다. 이는 현지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자인 인텔을 비롯 마이크론, 퀄컴 등의 수혜가 불보듯 빤하다. 반면, 이에 우리 기업이 소외를 당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현지 판매 및 시장 지배력 약화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에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업체가 10년간 중국 등에서 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고약한'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공장 건설 등 설비 투자도 물론 포함됐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강자로 부상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직접 영향권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미국에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미국의 'Made In America' 규제 조치를 해소내지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나 SK, 현대차, LG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에 생산시설 건립 등에 나설 채비다.

문제는 이마저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는 물론 미관 공조의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이 미국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에 생산시설 건설 등 해외 투자에 매몰될 경우 국내 투자 침체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내수경기 침체를 넘어 전체 경기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음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일부에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얼마나 많은 돈을 퍼주었는데도 이번에 뒷통수를 쳤다고 하고, 미국이 앞으로 중간선거가 치러지고, 미국 법을 고치기도 어렵다고들 말하는데, 현 상황에서 과거를 이야기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제는 민관이 합심해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고 말했다.